정부가 연말까지 석유화학기업들로부터 사업재편계획서를 제출받겠다고 밝히며, 기한 내 서류를 내지 않으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월 26일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열린 ‘여수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에서 이 같은 정부 입장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특히 나프타분해시설(NCC; 석유 원료를 고온으로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을 보유한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기한인 12월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재정 및 정책적 지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정부는 국제 유가 변동,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등 복합적 위기 요인을 안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을 선제적으로 정비하겠다며, ▲사업구조 고도화 ▲친환경 전환 지원 ▲사업모델 다변화라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정부 지원 원칙도 명시했으며, 기업들에는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재편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김 장관은 여수 방문에 앞서 지난 9월 울산 산단을 찾은 데 이어, 국내 주요 석유화학 생산기지가 밀집한 지역을 순차적으로 돌며 사업재편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날 LG화학 여수 산업단지 현장을 점검한 자리에서는 설비 현대화를 통한 고부가 스페셜티(특수화학소재) 전환 투자와 함께, 직원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재편 추진을 당부하기도 했다.

여수 산단의 석유화학 및 철강업체, 협력 중소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에너지 비용 급등, 해외수주 금융 지원 부족 등 현장의 고충이 잇달아 제기됐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부담이 두드러졌는데,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전력 당국과 협의해 산업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방향의 요금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법안(일명 석유화학 특별법)은 내년 1분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임을 설명하면서, 미국 비자 발급 지연과 관련해 대사관 내 전담 창구를 통한 기업 지원도 예고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제출된 사업재편계획서를 바탕으로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계획서의 실현 가능성과 기업의 자체적 노력 여부 등이 중점 평가되며, 이후 승인된 기업에는 설비투자 지원, 세제 혜택, 금융보증 등 맞춤형 정책 지원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석유화학산업을 비롯한 중후장대한 업종 전반에 걸쳐 구조적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