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기관 간 주식 결제에 쓰이는 ‘결제촉진대금’을 현금뿐 아니라 주식·채권 등 증권으로도 납부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대금 증가로 일부 회원사의 현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한국경제는 12일 예탁원이 올해 하반기 담보 관리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현금으로만 받는 결제촉진대금의 납부 수단을 증권으로 넓히는 방안이다.
결제촉진대금은 주식기관결제 과정에서 증권사나 기관이 대금 정산 전에 증권을 받기 위해 일중 납부하는 담보 성격의 자금이다. 최종 대금 정산 때 결제에 사용된다.
주식기관결제는 기관투자가가 장내시장에서 위탁 매매한 주식을 증권사와 수탁은행 사이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증권이 먼저 인도되고 대금은 이후 결제되는 구조여서 외국계 증권사와 보관은행 등이 결제촉진대금을 납부한다.
제도 개편 검토의 배경에는 증시 거래대금 증가가 있다. 지난 1분기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2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2조4000억원보다 137.1% 늘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결제촉진대금은 848조5000억원으로 130.8% 증가했다. 거래 규모가 확대되면서 결제에 필요한 담보 자금도 함께 불어난 것이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결제촉진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유동성 부담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조달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회원사는 거래가 집중될수록 일중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증시 활황에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늘었을 때 결제촉진대금도 크게 증가했다”며 “중개를 많이 하는 곳은 ‘조 단위’로 늘었는데 은행에서 대출받아 납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거래 증가가 일부 회원사의 외부 차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예탁원은 지난 4월 결제자료에 10억원 단위 분할결제를 적용했다. 한꺼번에 필요한 초기 담보 규모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조치다.
결제 운영 시작 시각도 기존 오전 9시에서 오전 7시로 앞당겼다. 담보 자금을 더 일찍 회수할 수 있도록 결제 시간을 조정한 것이다.
이후 기관결제 거래대금 상위 외국계 금융사 5곳의 거래 규모 대비 결제촉진대금 비율은 약 40% 이상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대금 증가로 현금 담보 부담이 이어지면서 납부 자산을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증권 납부가 허용되면 회원사는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을 활용해 현금 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면 증권은 가격이 움직일 수 있어 담보 가치 평가와 가격 변동, 처분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예탁원 관계자는 “결제촉진대금을 기존 현금 이외 증권으로 납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청산결제 인프라 기관으로서 참가기관의 유동성 부담 완화는 물론 결제 안정성도 중요한 만큼 다각도의 리스크 분석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납부 편의와 결제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방안은 아직 검토 단계로, 증권 납부 허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예탁원은 올해 하반기 리스크 분석과 의견 수렴을 거쳐 담보 관리 제도 개편 검토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