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공 색소 퇴출 가속... 식탁 위 색이 바뀐다

미국에서 식품에 사용되는 합성 색소가 단계적으로 퇴출되면서 소비자들의 식탁 위 색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연방 규제 기관은 올해 초 석유 기반의 합성 색소 8종에 대해 사용 중단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조치는 내년 말까지 시행된다. 식품업계는 이에 발맞춰 점진적으로 제품의 색소 구성을 조정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 건강 되찾기(Make America Healthy Again)’ 정책의 일부로 추진되는 것이다.

식품 전문가들은 색상이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딸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딸기 우유가 분홍빛을 띠는 것처럼, 색상은 맛을 암시하며 소비자를 유인한다. 식품 과학자 브라이언 콱 리(Bryan Quoc Le)는 “붉은색은 단맛을 증폭시키는 착시 효과가 있고, 파란색은 단맛을 희석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색상은 소비자의 감각 전체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인기 제품의 생김새가 바뀔 경우 소비 행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오렌지색 치토스나 투명한 빨강의 트위즐러스, 무지갯빛의 시리얼 같은 제품들이 강렬한 시각적 인상으로 충성 고객을 형성해왔다.

이에 따라 펩시코(PEP)는 인공 색소의 전면 제거 계획을 발표하고 자사 교육용 제품군에서 먼저 이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트 하인즈(KHC) 역시 2027년까지 미국 내 판매 제품에서 인공 색소를 철수할 예정이며, 국제유제품협회도 비슷한 기조로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에서 색소를 뺄 것이라고 전했다.

반사적으로 천연 색소 전문 기업들은 수혜를 입고 있다. 천연 색소 제조사 카폴(Capol)에서 근무하는 색채 전문가 파블로 엘리손도는 “식품업계 전반에서 색상 대체와 관련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라색을 내는 ‘우베’, 녹색의 ‘말차’, 청보라색의 ‘버터플라이피’ 같은 천연 색소들은 이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사기관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이들 성분은 향후 더 많은 제품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모든 천연 색소가 기존의 생생한 인공 색소를 완벽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엘리손도는 “밝기 면에서 완벽히 똑같은 색감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대부분의 색상은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제조 공정 중 색이 변질되기 쉬운 점이나 맛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변수다. 예컨대 스피룰리나 같은 조류에서 추출된 색소는 선명한 녹색을 구현할 수 있지만, 많은 양을 사용할 경우 쓴맛이 강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성분 교체를 넘어 식품 산업 전반의 소비자 경험과 마케팅 전략을 재편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소비자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색상의 의미를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식품의 ‘맛있는 색’이란 개념이 어떻게 재정의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