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크 기업 해고 9만5천명 돌파…2025년에도 칼바람 예고

미국 테크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다. 올 들어서만 최소 9만 5,000명 이상의 기술 업계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 같은 감원 흐름은 2025년에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크런치베이스의 ‘테크 해고 추적기’에 따르면 2025년 5월 첫째 주 기준 약 2만 4,723명의 미국 테크 부문 근로자가 해고됐거나 해고 예정자 명단에 올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감원 사례로는 인텔(INTC)이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인텔은 지난 4월 중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체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약 2만 2,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감원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엔비디아(NVDA)와의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인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메타(META) 역시 감원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회사는 VR 콘텐츠 개발 자회사인 오큘러스 스튜디오 부문에서 100명이 넘는 직원을 정리하며, AI 및 메타버스 전략 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GOOGL)도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200명을 감원했으며, 다만 이는 전 세계 단위 감원이어서 미국 내 정확한 피해 범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유전자 편집 스타트업 맘모스 바이오사이언스는 자금 절감 조치로 해고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레드마일 그룹 주도로 2021년 1억 5,000만 달러(약 2,160억 원)를 조달했으나, 이후 바이오 섹터 투자환경 악화 속에서 고전했다. 또한, 시애틀의 냉장고 제조 스타트업 투모로우는 창업자 앤드류 킨저의 발표를 통해 사업중단과 함께 회사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게임, 사이버보안, 여행, AI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테크 기업들도 신규 해고 리스트에 포함됐다. 에이펄빈, 벤치,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일렉트로닉 아츠, 익스페디아,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 이번에 추가된 이름들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미국 내 인력이 상당한 기업으로, 경기 둔화와 투자 위축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테크 업계의 해고 추세는 팬데믹기간 과도하게 확대된 인력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세일즈포스(CRM), 알파벳(GOOGL), 아마존(AMZN) 등 대형 테크 기업 대부분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폭발적인 채용 확장에 나섰다가, 이후 수요 둔화와 침체 우려에 맞춰 감축에 나선 바 있다. 특히 벤처투자 환경 약화로 현금을 아껴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성장 둔화와 급등한 운영비, 그리고 2021~2022년 거품 낀 투자 환경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인 스타트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현재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선 테크 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는 인력이 남아도는 시리즈A 이하 단계의 스타트업 중심으로 2025년에도 추가 해고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약 9만 3,000명, 2023년 19만 1,000명에 달하던 미국 내 기술 업계 해고 규모는 2024년 다소 줄어든 약 9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수치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력 감축 이후에도 특정 핵심 인력 채용은 지속하고 있어 전체 고용시장엔 이중적 신호를 주고 있다. 산업 전반의 자금 흐름과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전까진 이 같은 구조조정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