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AI 시대 겨냥한 대변신…'Neoverse·Maxra·Alta'로 컴퓨팅 플랫폼 전환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이 자사의 시스템온칩(SoC) 제품군 이름을 전면 재정비하며,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는 전략적 전환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ARM이 단순한 IP(지식재산권) 제공업체를 넘어 완전한 플랫폼 기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브랜드 개편은 ARM의 뛰어난 저전력 기술력을 보다 뚜렷이 강조하는 동시에 AI가 핵심이 된 기업용 컴퓨팅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ARM은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 소모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명칭 체계를 도입하고 기존 IP 중심의 조각 설계에서 벗어나 완전한 컴퓨팅 플랫폼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새롭게 발표된 제품군은 시장별로 나뉘었다. 인프라용 ‘Neoverse’, PC용 ‘Maxra’, 모바일용 ‘Alta’, 자동차용 ‘Rex’, 사물인터넷과 엣지 AI용 ‘Orbis’가 그것이다. 기존 Mali 브랜드는 GPU 제품군 명칭으로 유지되며 각 플랫폼에 통합된다. IP 명칭도 일원화돼 ‘Ultra’, ‘Premium’, ‘Pro’, ‘Nano’, ‘Pico’처럼 성능 및 세대별 구분으로 간소화된다.

ARM의 이번 리브랜딩은 실적 개선에도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2025회계연도 4분기 ARM은 분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12억 4,000만 달러(약 1조 7,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라이선스 매출은 6억 3,400만 달러(약 9,100억 원)로 53%나 올랐고, 로열티 역시 18% 증가한 6억 700만 달러(약 8,700억 원)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2% 미만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ARM의 스마트폰 로열티 매출은 약 30% 급증했다는 점이다.

한편, ARM은 자율주행차 및 EV(전기차)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첫 자동차용 CSS(컴퓨팅 서브시스템) 계약을 성사시키며, 자동차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CMO인 아미 바다니는 인터뷰에서 “ARM의 하드웨어는 자율주행 등 첨단 기능이 기본이 되는 미래형 차량에 매우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ARM 기반 칩의 채택이 늘고 있다. 아마존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 사업자들이 AI 워크로드에 ARM 기반 실리콘을 활용하면서 ARM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RM은 자사 아키텍처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지원하는 개발도구를 무료로 제공하며, 오픈소스 중심의 생태계 확보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GitHub Copilot용 확장 기능과 ‘Kleidi AI’ 소프트웨어층은 각각 2,200만 개발자가 활용 중이며, 80억 건 이상의 누적 설치 수를 기록 중이다.

ARM의 CEO 르네 하스는 블로그에서 “ARM의 컴퓨트 플랫폼은 AI가 모든 곳에 확산되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AI 분야 기술 의사결정자들은 ARM의 새로운 명칭 체계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 선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알고리즘 최적화와 LLM(대형 언어모델) 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엣지와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수직 통합형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ARM의 전략은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개편이 아니라,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전환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