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의 주가가 장 마감 후 거래에서 9%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친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전망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던 암이었기에, 실망스러운 전망은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부추겼다.
암은 2026 회계연도 1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30~38센트로 제시했는데, 이는 월스트리트 예상치인 41센트를 밑도는 수치다. 매출 전망도 10억~11억 달러 범위로 밝혔으며, 중간값 기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암의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즉각 반응했으며, 연초 이후 누적 상승률을 거의 반납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전분기 실적은 호조세를 이어갔다. 암은 2025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2억 4,000만 달러(약 1조 7,9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다. 조정 순이익은 5억 8,400만 달러(약 8400억 원), 주당 55센트로 작년 동기의 3억 7,600만 달러(주당 36센트)보다 크게 개선됐다.
사업 부문별로는 라이선스와 기타 수익이 전년 대비 53% 증가한 6억 3,400만 달러(약 9,100억 원)를 기록했고, 로열티 수익도 18% 늘어난 6억 700만 달러(약 8,70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암의 아키텍처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주가 하락은 암의 성장 모멘텀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를 드러낸다. 하드웨어 혁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전망은 *AI 반도체 대표주*라는 명성을 단숨에 위협할 수 있는 요소다. 또한 경쟁사 엔비디아(NVDA)와의 협업 관계가 암의 핵심 성장축으로 조명받는 상황에서, 실적 가이던스 부진은 기술주 전반에 걸친 투자심리에도 일정 수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은 암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에는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함께 전망 신뢰도의 회복 여부가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시장은 당분간 암이 제시하는 후속 전략과 업황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