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이 급락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연방정부의 비트코인 추가 매입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시적으로 4% 가까이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사상 최고가인 12만 4,517달러(약 1억 7,301만 원)를 찍은 직후 단숨에 11만 7,719달러(약 1억 6,320만 원)까지 미끄러지며 낙폭을 키웠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자체 전략비축 비트코인 구매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에 대한 사실상 후퇴 선언이다. 그는 현재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추가 매입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발언은 곧바로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암호화폐를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 충격은 비단 비트코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리플(XRP) 등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XRP는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3달러(약 4,170원) 아래로 다시 밀려났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청산된 암호화폐 포지션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7억 7,800만 달러(약 1조 800억 원)는 매수 포지션이었다.
베팅 시장에서도 반응이 즉각 나타났다. 미국이 올해 안에 비트코인 전략 비축을 공식화할 가능성은 크립토 기반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16%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는 시장 심리 악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기관 투자자 유입에 대한 기대감 역시 위축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베센트 장관은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 중인 비트코인 규모가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국가 보유량 중 최대 규모로, 중국과 영국이 그 뒤를 잇는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 역시 막대한 비트코인 보유분을 예산 보전을 위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편입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친암호화폐 기조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센트 장관의 보수적인 태도는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