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AMZN)이 새로운 창고 자동화를 위한 AI 기반 로봇 ‘벌컨(Vulcan)’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특정 물체를 ‘만질 수 있는’ 감각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으로, 물류 작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Delivering the Future’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벌컨은 기존 창고 로봇에 비해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아마존 로보틱스 부문 책임자인 애런 파니스는 “일반적인 산업용 로봇은 예기치 못한 물리적 접촉이 발생하면 멈추거나 그대로 밀고 나가며, 자신이 충돌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벌컨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촉각’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벌컨은 ‘피지컬 AI(Physical AI)’ 개념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는 인공지능에 실제 센서 데이터를 결합해 로봇이 물리적 세계를 인지하고 반응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대부분 로봇이 시각 정보와 위치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것과 달리, 벌컨은 접촉 시의 압력과 감각 데이터를 함께 받아들여 인간처럼 물체를 조심스럽게 다룰 수 있다.
아마존은 이전에도 스패로(Sparrow), 카디널(Cardinal), 로빈(Robin) 로봇을 통해 물체 분류 및 픽업 작업을 자동화해왔으며, 창고 내 운반 역할은 프로테우스(Proteus), 타이탄(Titan), 허큘리스(Hercules)가 맡고 있다. 하지만 벌컨은 이들보다 더 많은 물품의 분류와 보관을 처리할 수 있으며, 사람과 협업해 노동 강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마존 측은 벌컨이 모든 입고 상품 가운데 약 75%를 작업자와 유사한 속도로 처리할 수 있으며,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작업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또 창고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작업함으로써 전체 효율을 높이고, 직원들의 기술 업그레이드와 직무 전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주 스포켄 소재 GEG1 물류센터에서 벌컨과 함께 작업 중인 프론트라인 직원 카리 프레이타스 하디는 “벌컨과 함께 작업하니 훨씬 수월하다”며 “많은 동료들이 새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단순 자동화 수준을 넘어 학습 능력까지 갖췄다.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사물의 물리적 특성을 학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마치 어린아이가 물체를 만지며 세상을 배우는 방식과 비슷하다.
현재 벌컨은 워싱턴주 일부 창고에 실전 배치된 상태며,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테스트 운영 중이다. 아마존은 2026년까지 미국과 독일의 다른 물류 시설로 벌컨의 배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벌컨의 등장은 단순한 물류 효율화 수준을 넘어, AI와 로보틱스의 융합이 현실 물리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AI 기술의 다음 도약이 ‘손끝의 감각’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