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한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짧은 시간 안에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AI 중심 신흥 기술기업들의 자금 유치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수개월 간격으로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연이어 유치하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헬스케어, 법률, 방산기술에 이르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xAI 등은 현재까지 누적 약 900억 달러(약 129조 6,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약정을 이끌어낸 상태다. 이들은 생성형 AI 플랫폼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통상 7개월 이내에 후속 라운드를 마무리 지을 정도로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집중적인 투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불과 수개월 전 투자 유치 이후 다시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로 평가받으며 추가 펀딩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산업 특화형 AI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코딩 도우미 ‘커서’를 개발한 애니스피어(Anysphere)는 3차례 연속 자금 유치에 성공하며, 가장 최근에는 9억 달러(약 1조 2,900억 원)를 조달, 기업 가치를 99억 달러(약 14조 3,00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법률 AI를 개발하는 하비(Harvey)는 불과 4개월 간격으로 각각 3억 달러(약 4,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와 E 라운드를 유치했으며, 현재 기업 가치는 약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헬스케어 특화 AI 기업도 빠르게 가세하고 있다.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 히포크라틱AI(Hippocratic AI), 어브리지(Abridge) 등은 의료 데이터 분석, 임상 노트 자동화, 의료 인력 보조 등을 통해 의료 현장의 AI 활용을 가속화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방산 기술 분야에서는 앤듀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가 61억 달러(약 87조 8,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며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국방 및 첩보 기술에 대한 벤처 캐피털의 관심이 뚜렷해지고 있다.
핀테크 및 사이버 보안 솔루션 기업들도 빠른 속도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법인 카드 및 지출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램프(Ramp)는 최근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유치했으며, 임대인 대상 리워드 플랫폼 빌트 리워드(Bilt Rewards)도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확보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사이에라(Cyera), 사이버헤이븐(Cyberhaven) 등이 대형 자금 조달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큰 금액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기업가치도 수직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대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의 기업 가치 평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앤트로픽 역시 차기 투자 라운드에서 1,700억 달러(약 244조 8,000억 원) 수준의 기업 평가를 추진 중이다. 현재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와 리스크 선호 심리가 이러한 고밸류 투자 붐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기 유니콘 신흥기업들이 이처럼 짧은 텀을 두고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현상은 AI 중심의 성장주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부상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벤처 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사한 빠른 라운드 전개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