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지도냐 비전 기반이냐… 자율주행차 대격돌 시작됐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차량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정밀지도의 중요성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차량 자체의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는 여전히 센티미터 단위까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지도 데이터가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술기업 간 접근 방식은 엇갈리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실시간 상황에 정교하게 반응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이다.

정밀지도는 기존 내비게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단순 도로나 목적지 정보를 넘어, 차선의 위치와 폭, 신호등 위치, 표지판 종류, 건물 외곽선까지 매우 세밀한 3차원 데이터가 포함된다. 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라이다와 카메라, GPS, 관성항법장치 등의 센서를 장착한 역할 전용 차량이 실제 도로를 주행하면서 가장 정확한 데이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돼, 인공지능을 통해 구조화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이러한 구축 과정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주기적인 도로 변화에도 대응해야 해 유지비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웨이모와 같은 기업은 특정 도시나 구역을 정밀하게 매핑해 제한된 구간에서 안정적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적극 활용되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지도 기반 솔루션이 실제 운행의 안전도를 뒷받침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테슬라는 전통적인 지도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도 기반 기술이 확장성과 실시간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와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일명 비전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다. 다만 테슬라도 완전한 정밀지도 배제를 선언한 것은 아니며, 최소한의 기초 데이터는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측위'(location positioning)는 더 높아진 정밀도를 요구 받고 있다. 전통적인 GPS는 오차가 수 미터로 존재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보정 방식인 RTK 기술을 활용하면 센티미터 단위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SLAM이라는 기술은 센서로 주변을 스캔하고 지도를 동시에 생성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유럽의 히어와 미국의 톰톰, 엔비디아, 그리고 한국의 현대엠엔소프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도 정밀지도 구축에 나서며 글로벌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각 사는 크라우드 매핑(여러 차량이 동시 데이터 수집), 인공지능 자동화, 엣지컴퓨팅 등을 통해 비용 효율성과 실시간성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율주행을 넘어 로봇 물류나 의료 서비스 같은 분야로의 확산도 염두에 둔 확장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자율주행차가 정밀지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술적 논쟁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지도와 센서 기반 기술이 병행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의 기술만으로는 도로의 복잡성과 안전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도와 차량, 도시 인프라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이동 생태계'의 실현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밀지도는 여전히 미래 모빌리티 구상의 중요한 축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