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SMC 대중 수출 허가 철회… 반도체 패권전쟁 재점화

미국 정부가 TSMC(타이완반도체제조)의 중국 내 생산설비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수출 허가를 철회하면서 미중 간 반도체 관련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 조치는 중국에 대한 기술 이전을 제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TSMC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으로부터 최근 VEU(사전인증사용자) 프로그램의 수출 면허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VEU는 특정 기업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 내 시설로 수입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제도다. TSMC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상하이와 난징에 위치한 생산라인에 미국 장비를 들여왔으나, 이젠 장비 이전을 위해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난징 공장은 TSMC가 2018년 약 3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설립한 주요 시설로, 2021년에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추가로 3조 3,0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곳이다. 현재 이 공장은 소비자 전자기기, 차량용 칩, 5G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며, 가장 진보된 공정 기술로는 12나노미터급 공정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 장비업체의 의존도도 높다. TSMC는 반도체 적층·식각 장비를 공급하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공정 안정성 점검 장비를 제공하는 KLA 등 미국 기업들로부터 주요 제조장비를 납품받아왔다. 이번 조치 여파로 두 기업의 주가도 각각 3%와 2% 하락하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TSMC는 "현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미 정부와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난징 공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TSMC의 면허 철회는 미국 정부가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내린 흐름과 맞물려 있다. 당시 미국은 두 기업의 중국 내 생산은 허용하되 장비 업그레이드나 증설은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진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런 수출 제약이 TSMC의 실적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이 회사는 지난 분기 인공지능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1% 급증했으며, 매출도 447억 원(약 45조 6,000억 원)으로 38%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 내 생산 제약이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제조 효율성과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제재를 넘어, 반도체 공급망의 지정학적 복잡성을 다시금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전략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TSMC 같은 글로벌 핵심 기업에도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경계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