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반도체 산업에 불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장 초반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다.
9월 1일 오전 9시 현재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01% 하락한 6만8,300원, SK하이닉스는 무려 4.28% 떨어진 25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으로 꼽히는 두 종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코스피 전체 흐름도 약세로 돌아선 양상이다.
이번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중국에서 연이어 발표된 반도체 관련 조치들에 있다. 먼저 미국 정부는 8월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rified End User, VEU)'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통보했다. 이 자격은 미국산 장비를 별도의 허가 없이 중국 공장으로 들여올 수 있는 특례 조항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이들 기업은 다시 미국 정부의 수출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온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또한, 중국발 악재로는 알리바바의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 소식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최근 개발한 신형 AI 칩은 기존보다 활용 범위가 넓고 다양한 AI 계산 작업에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였으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 수출 규제로 인해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에 제품을 납품해온 엔비디아와 그 공급망에 포함된 국내 기업들, 특히 메모리와 부품을 제공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투자심리 위축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알리바바의 AI 칩이 당장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알리바바의 칩 개발이 기술적 제약에 놓여 있으며, 미국 제재로 인해 고성능 칩 생산을 위한 대만 TSMC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핵심 부품은 현재 중국 수출이 제한되어 있어, 고성능 AI 칩의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과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새로운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