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독자적으로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시장 내 우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기술력과 생태계 지배력은 단기간에 흔들리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기존보다 범용적인 능력을 갖춘 AI 추론용 칩을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칩은 현재 중국 업체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역시 자사의 AI 서비스에 맞춰 맞춤형 하드웨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 뉴욕 증시에서 3%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설계 회사가 아니라, AI 생태계 전반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 대부분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칩 집적 기술(CoWoS)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2025년 40%에서 2026년 60%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엔비디아의 기술 우위와 수요 확대를 방증한다.
한편, 알리바바의 자체 칩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인해 TSMC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제조 파운드리의 활용이 어렵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역시 수입이 제한적이어서 중국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HBM은 AI 추론 성능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이 부품이 없으면 고성능 칩으로서의 활용 폭이 좁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칩은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AI 학습보다는 경량 추론 등 제한적인 용도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AI 칩은 단순한 기술 개발 외에도 설계 안정성, 생산 공정 확보, 소프트웨어와의 최적화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야 상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장 투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흐름은 향후 AI 반도체 시장이 다극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나, 아직까지는 엔비디아가 가진 기술력, 생태계, 상용화 경험 등이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간 기술 경쟁이 가열되면서,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