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對中 규제 강화… 삼성·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타격

미 상무부가 중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운영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운영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두 한국 기업뿐 아니라 인텔(INTC)에도 영향을 미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미 상무부가 앞으로 120일 내에 새로운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요 내용은 미국 반도체 장비를 중국 현지 공장에 설치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차세대 공정 기술 도입 및 생산량 확장을 어렵게 만든다. 기존 생산라인 유지에는 문제가 없지만, 신규 장비 도입이나 설비 증설은 엄격히 제한된다.

이번 조치는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포함해 엔비디아(NVDA)의 핵심 그래픽카드용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인텔은 과거 중국 공장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한 바 있으나,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유통 제한이 알려지자 미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램리서치(LRCX) 주가는 3.8% 하락 마감했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역시 2.7% 내렸다. 이는 해당 장비 기업들이 중국 매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규제 발표와 동시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알리바바(BABA)가 자회사 회사를 통해 새로운 AI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칩은 주로 중국 내 구형 외산 장비와 일부 자국산 장비로 제조되고 있으며, 강화된 추론 연산 최적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칩은 엔비디아의 기존 GPU용으로 작성된 소프트웨어를 코드 수정 없이도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호환성을 확대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 자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엔비디아와 AMD(AMD)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AI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 허가를 다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이러한 수출로 발생하는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들로부터 수조 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2023년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장비 업체들은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분야의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