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의 과거 인수합병이 중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규제 위반 판정을 받으며,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다시금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최근 초기 조사를 통해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Mellanox) 인수가 자국 경쟁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정식 조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향후 엔비디아의 중국 내 사업 운영에 제약을 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가 된 멜라녹스 인수는 2020년 69억 달러(약 9조 9,000억 원) 규모로 성사됐다. 당시 엔비디아는 이 인수를 통해 클라우드 및 고성능 컴퓨팅용 네트워크 통신 장비 기술, 즉 스펙트럼(Spectrum) 및 퀀텀(Quantum) 스위치, 블루필드(BlueField) 데이터 처리 칩 등 핵심 기술들을 확보했다. 이 기술들은 이후 자사 슈퍼컴퓨팅 클러스터인 DGX SuperPOD 구축에 활용됐으며, 이는 현재 AI 워크로드 처리에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인수 당시 엔비디아가 현지 고객에 대한 기술 공급을 지속하겠다는 조건부로 승인했으나, 이후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꾸준히 확대해왔으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수출 제한 여파로 2분기에만 약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에는 제한 조치에 맞춰 축소형 AI 가속기 ‘H20’를 개발해 중국 시장에 공급한 바 있으나, 곧바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용 자제 경고가 나오는 등 미중 간 기술 규제가 맞물리며 기업 활동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번 반독점 조사는 공교롭게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의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이번 회담은 기술 산업 분야의 분쟁 조율을 주요 의제로 하고 있으며, 반도체 관련 이슈가 협상 내 격렬한 논쟁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이와 별도로 미국과 중국은 틱톡(TikTok)의 분사 및 매각 협상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스콧 베센트 장관은 양국이 틱톡 거래에 대한 기본 틀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세부 조건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매각 대상 기업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오라클(ORCL), 마이크로소프트(MSFT), 퍼플렉시티 AI, 앱러빈 등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중국 당국의 발표에 대해 “수출 통제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정부와 계속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진행될 정식 조사의 결과에 따라 벌금 부과나 추가적인 영업 제한 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글로벌 공급망과 기업 경영 전략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