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2020년 인수한 멜라녹스(Mellanox)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새로운 반독점 조사에 착수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갈등 속에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 반독점 당국은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인수가 자국 공정 경쟁 법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예비 조사를 통해 도출된 결론으로, 규제 당국은 곧 본격적인 공식 조사를 개시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엔비디아는 중국 내 사업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벌금 혹은 기술 판매 제한과 같은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2020년 69억 달러(약 9조 9,000억 원)를 들여 멜라녹스를 인수했다. 당시 이 딜을 통해 확보한 주요 기술은 이더넷과 인피니밴드 네트워크용 전환 장치인 스펙트럼(Spectrum)과 퀀텀(Quantum) 제품군, 그리고 데이터 처리 장치(DPU)인 블루필드(BlueField)였다. 해당 기술들은 이후 AI 슈퍼컴퓨터 플랫폼 DGX 슈퍼팟(SuperPOD)의 핵심 인프라 구성 요소로 활용됐다.
당초 중국은 엔비디아가 현지 고객에 멜라녹스 기술을 지속 공급하겠다는 조건 하에 이 인수를 승인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을 제한하면서 이 약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미국의 수출 규제가 자사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올해 2분기에만 약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까지도 중국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H100의 축소판인 H20 GPU를 출시하고, 미 허가 아래 배송을 재개했지만, 곧바로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 이 제품 사용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며 기류는 한층 냉각되었다. 이에 더해 최근 제시된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신형 AI 칩의 중국 출시 가능성마저 무르익기 전에 수면 하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이번 반독점 공세는 중국과 미국이 마드리드에서 진행 중인 기술 무역 협상 과정 중에 발생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기술 분야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 이 협상에서 이번 발표가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미 재무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장관은 이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틱톡 사업을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양국이 일단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수 기업이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오라클(ORCL)과 마이크로소프트(MSFT), 그리고 최근에는 퍼플렉시티AI와 앱러빈(AppLovin)까지 잠재적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는 관련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수출 통제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한 경쟁 위반이 아닌 지정학적 압박과 기술 통제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AI 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