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오픈AI 등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영국에 총 58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2025년 9월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구축, 클라우드 인프라, 양자 컴퓨팅 개발 등을 중심으로 310억 파운드(한화 약 58조 4천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을 계기로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고전 중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노동당 정부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MS는 앞으로 4년간 영국 내 AI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구축에 총 300억 달러(약 41조 4천억 원)를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155억 달러는 신규 자본 투자로 대규모 시설 확충에, 151억 달러는 인프라 운영 비용으로 활용된다. MS는 이를 통해 영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엔스케일과 협력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만 3천 개 이상을 탑재한 초대형 슈퍼컴퓨터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브래드 스미스 MS 대외정책 총괄 사장은 이날 "영국의 규제 환경이 과거에는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최근 정부의 긍정적 조치들 덕분에 투자 여건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약 9조 4천억 원에 달하는 5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구글 측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약 8,25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로 110억 파운드(약 20조 7천억 원) 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며, 오픈AI는 미국 외 지역으로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확장하는 ‘오픈AI 포 컨트리’ 전략의 일환으로 영국 기업들과 협업을 예고했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 유치는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영국 방문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국이 한 인물을 두 차례 국빈 초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스타머 총리가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해 찰스 3세 국왕의 공식 초청장을 전달하면서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동행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면면에서도 이번 투자의 정치·경제적 의미가 묻어난다.
한편 영국 제약회사 GSK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영에 맞춰 미국에 300억 달러(약 41조 4천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대한 관세 정책을 예고한 바 있으며, 미국이 GSK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대응 차원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영국 간 전략적 연대를 공고히 하려는 정치·경제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규제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이번 대형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다시 확보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