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파이브트랜(Fivetran)이 데이터 분석 플랫폼 스타트업 디비티랩스(dbt Labs) 인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 규모는 수십억 달러대에 이를 전망이며, 데이터 기반 AI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전략적 시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전은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사는 데이터 처리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파이브트랜의 강력한 데이터 통합 기술과 디비티랩스의 데이터 변환 역량을 결합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파이브트랜은 다양한 SaaS 애플리케이션에서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 적재, 변환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통합 플랫폼을 제공해왔다. 이 회사는 수백 개의 커넥터와 자동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개별 데이터 소스를 중앙 레포지터리로 통합하는 과정을 간소화했다.

디비티랩스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변환하고 가공하는 클라우드 툴로 기업의 데이터 분석 파이프라인을 최적화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구글 빅쿼리,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브릭스 등 주요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호환되는 ‘데이터 분석 제어탑’을 지향해 왔다. 방대한 엑셀파일을 하나로 정리하거나 오류를 정제하는 등 실무 중심 기능으로 많은 기업의 신뢰를 얻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양사가 이미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이다. 파이브트랜은 과거 dbt 클라우드와의 연동 기능을 출시하며 기업 고객들이 데이터 변환 자동화를 ‘적재 후(post-load)’ 단계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재 두 플랫폼을 함께 사용하는 고객사는 1,000여 곳에 이른다.

이 둘의 통합은 데이터 처리 이중화를 줄이고, AI 분석을 위한 전처리 시간 단축과 데이터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분석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정제하고 적절한 형식으로 가공하는 기능이 앞으로 AI 산업의 차별화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양사 모두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왔다는 점에서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 파이브트랜은 2021년 9월 기준, 기업가치는 약 56억 달러(약 8조 600억 원)로 평가됐으며, 당시 경쟁사 HVR 소프트웨어를 약 7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리버스 ETL 선구 기업 센서스(Census)를 인수해 분석 데이터를 마케팅, 고객지원 툴로 재배포하는 ‘데이터 활성화’ 기능을 강화했다. 이달 초에는 AI 기반 데이터 변환 전문 기업 토비코 데이터(Tobiko Data)를 추가로 인수하며 관련 역량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디비티랩스 역시 2022년 2월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후, 2025년 1월에 SQL 코드 자동완성 기술을 제공하는 SDF랩스를 인수하는 등 데이터 품질관리 영역으로 사업을 넓혀왔다. 데이터 초장기 가공과 코드 오류 정정을 자동화해 데이터 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온 것이다.

향후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두 회사는 AI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에서 더 이상 분절된 솔루션이 아닌 단일 통합 플랫폼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업들이 머신러닝 학습 데이터를 수집·정제·변환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구현하게 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