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 스펠북(Spellbook)이 최근 5,000만 달러(약 7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과 법률 업계의 교차점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이 회사는 이번 투자로 기업 가치를 3억 5,000만 달러(약 5,04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번 라운드는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의 매니징 디렉터 키스 라보이스가 주도했으며, 스레시홀드 벤처스, 이노비아 캐피탈, 블링 캐피탈 등 기존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2022년에 설립된 스펠북은 계약서 작성 및 검토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특화된 AI 플랫폼으로, 변호사들이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작업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전략적인 법률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픈AI의 GPT-5 기반으로 구축된 이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직접 통합돼 변호사들이 문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할 때 AI의 지원을 받아 신속하게 계약 조항을 완성할 수 있다. 수천 개의 조항 라이브러리와 계약 유형별 추천 규칙 시스템, 그리고 조직 내 과거 문서 히스토리를 분석해 최적 조항을 찾아주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스펠북은 이를 통해 지금까지 1,000만 개 이상의 계약서를 검토했으며, 현재 네슬레, 이베이, 케네디스 로펌 등 글로벌 기업들을 포함해 80개국 4,000여 개 로펌 및 인하우스 법무팀이 사용하는 중이다. 스펠북의 공동 창업자 겸 CEO 스콧 스티븐슨은 "회계 업무에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등장했던 순간과 유사한 혁신의 지점에 법조계가 서 있다"며, 생성형 AI가 20년간 정체돼 있던 법률 IT 기술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스펠북은 단순 문서 초안 생성에 그치지 않고, '어소시에이트(Associate)'라는 이름의 에이전틱 AI 기능을 통해 대량의 문서를 동시에 검토·수정하고, 각 계약서의 조건, 당사자 정보 등을 업데이트하는 능력을 구현하고 있다. 사용자는 채팅 기반 인터페이스에서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관련 조항을 찾아 수정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아 지속적으로 정확도를 높인다.

스펠북은 AI가 쏟아내는 품질 낮은 출력물, 이른바 'AI 슬랍'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제너럴 AI 모델을 활용한 변호사들이 허위 판례를 인용해 소송 제재를 받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질 높은 특화형 AI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예컨대 올해 2월 미국 대형 로펌 모건 앤드 모건은 자사 변호사들에게 AI 사용 주의 경고를 발송했으며, 와이오밍주 법원이 가공 판례를 사용한 해당 변호사에게 제재를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는 허위 인용이 포함된 소송서류에 대해 1만 달러(약 1,4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스펠북은 이번 투자를 발판 삼아 계약 검토를 넘어 전체 트랜잭션 법률 서비스 시장으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1조 달러(약 1,440조 원) 규모의 이 시장은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이며, 스펠북은 베타 기능으로 '시장 비교(Market Comparison)'와 '선호 학습(Preference Learning)' 기능을 공개하며 차세대 계약 인텔리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법률 시장에서도 AI 혁신이 본격화되면서, 스펠북은 실질적인 업무 효율성을 제공하는 법률 AI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