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칩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인공지능(AI)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초거대 AI 모델 훈련을 위한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클라우드 시장 경쟁을 리드하려는 오라클의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오라클은 첫 번째 AI 클러스터인 'OCI Zettascale10'을 자사의 퍼블릭 클라우드인 OCI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최대 80만 개 엔비디아 GPU로 구성되며, 초당 16제타플롭스(16조 조 연산)에 달하는 AI 성능을 목표로 한다. 이는 오픈AI가 텍사스 애빌린에 새롭게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핵심 아키텍처이기도 하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오픈AI가 발주한 3,000억 달러(약 432조 원) 규모 AI 인프라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외에도 오라클은 AMD의 신형 AI 가속기 'MI450' 기반 클러스터도 병행 구축한다. 해당 클러스터는 5만 개 MI450 GPU로 구성되며, AMD가 이날 함께 공개한 새로운 랙 설계 '헬리오스(Helios)'를 통해 구동된다. 헬리오스 랙은 각기 최대 432GB의 HBM4 메모리가 탑재된 MI450 칩 72개를 수용할 수 있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에서 경쟁 제품들보다 최대 두 배 향상을 제공한다.

네트워크 인프라에도 혁신이 더해졌다. 오라클은 엔비디아의 '스펙트럼-X(Spectrum-X)' 이더넷 장비를 활용해 GPU 간 연결을 지원한다. '블루필드-3 슈퍼NIC'과 '스펙트럼 SN5000' 스위치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 네트워크는 오라클 고유의 'Acceleron RoCE' 기술이 적용돼, GPU 서버 간 데이터 전송 시 CPU를 거치지 않아 성능이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을 총괄하는 마헤시 티아가라잔은 "OCI Zettascale10을 통해 고객은 더 적은 전력으로 대규모 AI 모델을 구축, 학습,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라클 분산 클라우드 환경 전역에서 안정적인 데이터 및 AI 주권 통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은 OCI Zettascale10 제품을 이미 사전 주문 받고 있으며, 실제 이용 가능 시점은 2026년 하반기다. AMD 헬리오스 시스템은 2026년 3분기 OCI 데이터센터에 도입을 시작하고, 2027년부터는 추가 확장될 예정이다.

글로벌 AI 열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라클은 이번 AI 클러스터 투자를 통해 엔비디아와 AMD 기반 인프라의 병행 활용, 고성능 GPU 네트워크 최적화, 차세대 물리적 랙 아키텍처를 선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클라우드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AI 전문화 흐름 속에서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GPU 다변화 전략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