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가 향후 2028년 단기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열린 한국거래소 주최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2028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에는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특히 AI 추론 시장의 본격적인 확산이 새로운 반도체 수요를 이끌 것으로 강조했다.
노 센터장은 엔비디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규모가 약 1조 달러(약 1,4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고 있으며, 실제로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2,010억 달러(약 28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의 확대다. 노 센터장에 따르면 2025년 D램 시장은 전년 대비 4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AI 추론용 반도체 수요가 낸드플래시 시장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고 있다. 그는 "그동안 학습용 AI는 초기 데이터 세트 위주로 수요가 집중됐지만, 추론 중심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RAG(검색증강생성) 기반 SSD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GPU 연산 가속에 필요한 GDDR과 CPU용 SSD 모두 시장 확대가 불가피하며, 특히 2028년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Rubin Ultra)'가 본격 공급될 경우, HBM 시장 규모는 1,077억 달러(약 155조 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반면 그는 기술주 전반의 주가 급등세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덧붙였다. 최근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으로 AI 관련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에 가수요가 형성됐고, 그에 따라 반도체 기업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과열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적어도 2028년까지는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끝으로 그는 "AI 반도체 시장은 코스피 지수의 단계적 수준 상승에 기여할 잠재력이 크다"며, 국내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가 추론 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메모리 및 저장장치 산업 전반의 기술 변화와 기업 전략에도 큰 전환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