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AI 반도체 시장이 2028년 단기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와 SSD 시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과 함께 구조적인 변화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2025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인공지능 서버 투자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엔비디아가 2028년까지 총 1조 달러(약 1,430조 원)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Capex)를 예상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가 반도체 업계의 전반적인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이에 발맞춰 크게 확장되고 있다. 노 센터장은 2025년 D램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43.6%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으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HBM은 복잡한 AI 연산에 적합한 구조로, 엔비디아가 2028년 본격 도입할 계획인 ‘루빈 울트라’ 시스템에 핵심 부품으로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에 따라 HBM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1,07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과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낸드플래시 시장도 AI 기술의 변화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자율적 판단과 행동을 수행하는 차세대 AI 기술) 시대 도래로 인해 기존 데이터 학습 위주에서 벗어나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형 AI 수요가 늘면서, 관련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추론형 AI는 사용자 요청에 맞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응답하는 RAG(검색 증강 생성)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더 많은 저장 공간과 성능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TSMC와 중국 주요 업체들이 주도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도 2025년까지 22.1% 성장해 1,70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CPU와 GPU 등 주요 연산장치의 고성능화를 요구하는 흐름이 이 같은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노 센터장은 이처럼 AI 중심의 반도체 수요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국내 증시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최근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처럼 AI 서비스 생태계를 뒤흔드는 발표들이 수요에 가수요까지 얹어지게 만들면서,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과열 양상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기술의 상용화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욱 강한 영향을 나타낼 수 있다. 특히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AI 활용 방향이 이동하면서, 시스템 전체가 요구하는 반도체 성능이 더욱 다변화되고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반도체 산업 내 공급망 재편과 기술 경쟁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