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개발한 인공지능 전문 기업 오픈AI가 미국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손잡고 향후 10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 칩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하나의 국가 전력망 수준에 해당하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뒷받침할 칩 계약으로,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 본격 돌입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10월 1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차세대 인공지능 연산 기능에 특화된 가속기 칩과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공급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오픈AI가 칩의 설계 방향을 주도하고, 브로드컴은 그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2026년 하반기부터 2029년 말까지 오픈AI의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게 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브로드컴과 18개월간 협업 끝에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대규모 연산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결국 더 뛰어난 성능의 AI 모델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최적화 과정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CEO 또한 “최신 수준의 초지능 개발을 위해선 자체 칩 설계와 생산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이 공개한 구체적인 제품 스펙이나 가격 조건은 이번 발표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1기가와트를 운영할 만큼의 AI 연산력을 확보하려면 칩 비용만 약 350억 달러(약 50조 원)가 소요된다. 이를 10기가와트로 확대하면 총 3천500억 달러(약 499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오픈AI는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번 협력 소식이 알려지자 브로드컴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한때 10%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올해 들어서만도 브로드컴의 주가는 약 54% 상승했다. 이는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수요 확대가 실적과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긍정 효과를 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AI 반도체 수요를 선점하는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가 늘어나면서, 시장 주도권이 엔비디아 등 일부 기업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경쟁 구도가 다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픈AI와 같은 기술 선도 기업이 자체 칩 설계에 나서는 움직임은 AI의 원가 구조와 성능 개선 흐름에도 중대한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