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주가가 창립 42주년을 맞은 10월 10일 장 초반 42만 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그에 따라 시가총액도 처음으로 3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호황과 주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덕분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SK그룹 편입 당시 시가총액이 약 13조 원에 불과했으나, 이후 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장과 함께 2021년 100조 원을 돌파했고, 불과 4개월 전인 2025년 6월에 200조 원을 돌파한 자리에서 이번에는 300조 원 선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이날 장중 한때 주가는 43만 9천250원까지 상승하며 44만 원 가까이 올랐고, 시가총액은 317조 원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AI 메모리 수요 급증이 있었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고성능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해 주목을 끌었다. 또 최근 오픈AI와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전략적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실제 지난 10월 1일, SK그룹과 오픈AI는 서울 SK서린빌딩에서 메모리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동시에 SK하이닉스는 월 90만 장 규모의 D램 웨이퍼 생산체제를 기반으로 HBM 공급 요청에도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는 오픈AI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급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이며, 올해 HBM 물량은 완판됐고 내년 계약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도 긍정적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4곳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7% 증가한 11조 1천억 원, 매출은 38.1% 늘어난 24조 2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품목만으로도 회사 실적이 대폭 호전된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는 업황 회복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은 SK그룹의 전체 몸집 확대로도 이어졌다. SK하이닉스의 시총 증가에 힘입어 SK그룹 전체 시총은 423조 원으로 늘었으며, 이는 2004년 25조 원 수준이던 그룹 전체 시가총액과 견줄 때 16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특히 삼성이 2017년에 400조 원을 넘긴 이후로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산업 전반의 투자와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SK그룹이 밝힌 바와 같이 향후 2030년까지 반도체 및 AI 분야에 8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인 만큼, SK하이닉스의 기술 리더십과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은 당분간 탄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