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발표에서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2025년 11월 27일 열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이 과거 ‘닷컴 버블’ 시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그 시기의 경기 지속성도 이번 전망의 참고 기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반도체 경기는 2년 안팎의 짧은 순환 구조를 갖지만, 이번에는 AI를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호황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소폭 상향 조정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0.9%에서 1.0%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산업이 올해 성장률 상향분의 절반, 내년은 0.2%포인트 중 절반에 해당하는 0.1%포인트를 기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수치는 반도체가 수출과 설비 투자 등을 견인하며 전반적인 성장률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경상수지도 반도체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1,150억 달러, 내년에는 1,300억 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경상수지는 국가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서 지출을 뺀 것으로, 무역수지와 투자소득 등을 포괄한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으로, 영업 환경이 호전되면 경상수지 개선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전반에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이지호 조사국장은 반도체 등 일부 IT 제조업을 뺀 내년 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좋은 성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내 소비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경기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과 수출 대기업 간의 격차도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의 영향에 대한 해석도 소개됐다. 이지호 국장은 소비쿠폰 정책이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은행 자체 분석 결과는 성장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김웅 부총재보 역시 추가경정예산과 같은 재정 정책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내년 상반기에 보다 정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그 외 부문에서는 경기 회복의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성장의 확산 범위를 넓히고, 중소기업과 내수 부문에 대한 보완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과 그 혜택이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될지는 앞으로의 정책 조정과 시장 흐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