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노르웨이의 첨단 모터 기술 기업에 수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인간형 로봇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섰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신성장 사업 분야로 삼은 가운데, 미래 산업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노르웨이의 전기 모터 전문 제조업체 ‘알바 인더스트리즈’에 수백만 유로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기의 벤처 투자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이뤄졌고, 별도로 조성된 신기술사업투자조합(SVIC 47호)의 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는 수십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2017년 설립된 알바 인더스트리즈는 차세대 전기 모터의 필수 기술로 평가받는 ‘파이버 프린팅(Fiber Printing)’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금속이나 기능성 소재를 섬유처럼 출력해 모터 코일 형상과 밀도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첨단 제조 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회사는 로봇, 드론, 무인 운반 차량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고성능·경량 모터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번 기술 협력을 통해 특히 로봇의 손 부위에 해당하는 ‘로봇 핸드’에 사용되는 초소형 정밀 모터의 성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구조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로봇보다 더 작고 정밀하며 빠르게 구동되는 부품이 필수적인데, 이번 협력을 통해 필요한 기술적 토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파이버 프린팅 기술은 차세대 로봇 액추에이터(동작을 구현하는 구동 장치)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휴머노이드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기술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기는 향후 관련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다양한 지능형 자동화 기기 시장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인텔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핸드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억800만 달러(약 1천586억 원) 규모에서, 2032년에는 6억9천600만 달러(약 1조224억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성능 모터 등 핵심 부품 시장 역시 동반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기의 이번 투자가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과 결합된 로봇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IT 및 제조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간형 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부품 기술 경쟁력 확보는 로봇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