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정책금융을 동원하면서, 산업계와 금융계 간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는 12월 4일 'M.AX 얼라이언스-국민성장펀드 연계 간담회'를 통해 제조업 중심 기업들의 대규모 AI 투자 수요를 공공 금융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고,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제조기업들과 함께 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금융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얼라이언스는 지난 9월 출범한 민관 연합체로, 2030년까지 제조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스마트 팩토리 등 신산업 분야에서 AI 기술을 접목해 10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조달을 정책펀드를 중심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부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AI 전환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 수요는 총 10조 원을 넘어선다. 분야별로는 휴머노이드 기술에 6조 6천억 원, AI 반도체에 1조 5천억 원, AI 팩토리에 1조 3천억 원 수준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핵심 기제로는 국민성장펀드가 지목된다. 이 펀드는 향후 5년간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에 15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정책성 펀드로, 그중 30조 원 이상은 AI 산업에 집중될 계획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각자의 AI 전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적극적 협조 의지를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AI 기반 로봇 생산과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및 해양 산업에 AI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는 인간형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CJ대한통운은 물류센터 자동화 및 AI 기반 물류 로봇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생산시설의 AI화, 퓨리오사는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을 통한 양산체계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금융기관들도 생산적 금융을 늘리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위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산업과 금융이 경제성장의 양축"이라며 민간과 정책금융 간 유기적 연결을 당부했다.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산업금융 연계 강화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AI 및 스마트 제조 분야의 투자 활성화를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간의 대규모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가 금융지원을 통해 현실화된다면, AI 산업은 물론 국가 전략산업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