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AI 이미지 생성 스타트업 블랙 포레스트 랩스가 3억 달러(약 4,32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6,8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이는 올해 유럽에서 이뤄진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중 최대급 규모로, 미국 중심의 자본 흐름에서 다소 소외됐던 유럽 AI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형 거래로 평가된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세일즈포스 벤처스와 AMP의 공동 주도로 이뤄졌으며, 엔드리센 호로위츠, 엔비디아(NVDA), 테마섹, 베인 캐피탈 벤처스, 에어 스트리트 캐피탈, 비저네어스 클럽, 캔바, 피그마 벤처스 등 유력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블랙 포레스트 랩스는 창업 1년 만에 총 4억 5,000만 달러(약 6,48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블랙 포레스트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AI 연구소를 운영한다. 회사는 이미지 생성에 특화된 AI 모델 시리즈 '플럭스(Flux)'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이 모델은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미지 생성 도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어도비(ADBE),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SFT), 캔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자사 서비스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넘어, 플럭스 모델이 이미지 편집 기능도 지원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기술력은 상업적 활용도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선두 기업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유럽의 AI 스타트업 생태계는 여전히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다. 하지만 블랙 포레스트와 같은 신흥 강자가 등장하면서 시장 내 존재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유럽의 AI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52억 달러(약 7조 4,8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이는 같은 분기 북미 AI 기업들이 유치한 총 357억 달러(약 51조 4,000억 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투자로 블랙 포레스트는 파리 기반의 미스트랄 AI에 이어 유럽 내 최대급 생성형 AI 기업으로 부상했다. 미스트랄은 지난 9월 시리즈C에서 약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유치해 유럽 AI 투자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이어, 영국 기반 인프라 업체 엔스케일은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 웨이브는 10억 8,000만 달러(약 1조 5,500억 원)를 각각 유치하며 유럽 AI 시장의 성장세를 방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AI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미국 업계와 비교 시 여전히 격차가 크다. 샌프란시스코의 앤스로픽은 현재 1,830억 달러(약 263조 원), 오픈AI는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의 평가를 받고 있어, 유럽 AI 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랙 포레스트의 급성장은 유럽 AI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향후 유럽 내 기술주 투자 확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