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소셜미디어, 특히 숏폼 비디오 생태계에 새로운 종류의 위협이 등장했다. 소위 ‘브레인롯(Brainrot, 뇌가 썩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저질 콘텐츠)’과 ‘AI 슬롭(AI Slop, AI로 대량 생산된 저급한 오물)’으로 불리는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최근 비디오 편집 소프트웨어 기업 캡윙(Kapwing)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을 해킹하는 ‘AI 슬롭’의 공습
지난 11월 캡윙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쇼츠 영상 500개 중 약 21%에서 AI 생성 이미지나 클립이 발견됐다. 이들 채널 중 일부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수백만 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 연구원 로히니 락샤네(Rohini Lakshané)는 “생성형 AI 도구는 비디오 제작의 진입 장벽을 극적으로 낮췄다”며 “이들 채널은 품질과 상관없이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쏟아냄으로써 추천 피드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인기 채널인 ‘Bandar Apna Dost’는 헐크를 닮은 원숭이가 등장하는 기괴하고 개연성 없는 상황극을 AI로 제작해 막대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의 한 채널은 예수와 그린치가 싸우는 황당한 AI 애니메이션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브레인롯(Brainrot)’과 결합한 AI
‘브레인롯’은 옥스퍼드 사전에 의해 “사소하고 도전적이지 않으며, 사람의 정신적·지적 상태를 악화시키는 콘텐츠”로 정의된다. 밈(Meme), 무의미한 유머, 맥락 없는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브레인롯’이 생성형 AI와 만났을 때다. 캡윙은 이를 ‘AI 슬롭(AI Slop)’이라 정의하며, “조회수와 구독을 늘리기 위해 AI 도구로 부주의하게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AI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지만, 대다수의 ‘AI 슬롭’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오로지 ‘클릭 유도’만을 목적으로 한다.
기만과 중독: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AI 영상의 범람은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식별 불가능한 기만: 악어에게 드롭킥을 날리는 코끼리 영상처럼 명백히 가짜인 경우도 있지만, 일부 영상은 실제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정교하게 제작되어 시청자를 속인다. 이는 가짜 뉴스나 의료 정보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립의학도서관(NLM)의 연구에 따르면, 교육용 생의학 영상의 약 5.3%가 AI로 생성된 저품질 영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파민 중독과 주의력 감퇴: 벤처 투자자이자 작가인 제프 버닝햄(Jeff Burningham)은 “AI 슬롭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먹잇감으로 삼는다”며 “이는 통찰력보다 참여를, 분별력보다 도파민을 우선시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자체보다 “인간의 주의력과 인식 능력의 퇴화”가 진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실험 결과: 아직은 인간의 ‘광기’가 우세하지만…
에포크타임스가 새로운 유튜브 계정으로 실험한 결과, 초기 추천된 300개의 영상 중 88%가 ‘브레인롯’ 특성을 보였다. 다만, 이 중 명백한 AI 생성물은 약 8% 수준이었다. 이는 아직까지는 인간이 직접 만든 자극적인 밈이나 영상이 우세함을 의미하지만,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그 비율은 빠르게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AI는 인류의 ‘우주적 거울’
전문가들은 AI 슬롭의 확산이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프 버닝햄은 “이러한 콘텐츠가 번창하는 이유는 우리의 주의력이 값싸지고 파편화되었기 때문”이라며, AI를 인류의 현주소를 비추는 ‘우주적 거울(cosmic mirror)’에 비유했다.
그는 “주의력이 붕괴되면 지혜와 기억, 의미도 함께 무너진다”며, AI 시대에 인간이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