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에서 챗GPT의 영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기술과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시장 구도는 점차 다극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일 a16z에 따르면 챗GPT는 현재 가장 큰 소비자용 AI 제품으로, 웹 기준 월간 트래픽이 2위인 구글 제미니보다 약 2.7배 많고 모바일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도 약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지난 1년 동안 약 5억 명 증가해 현재 약 9억 명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매주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대규모 서비스에서 유지하기 어려운 성장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제미니와 클로드 등 다른 범용 AI 플랫폼도 특정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이핏데이터(Yipit Data)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클로드의 유료 구독자는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고, 제미니는 258% 증가했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챗GPT의 유료 구독자 규모는 클로드보다 약 8배, 제미니보다 약 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의 ‘멀티 플랫폼’ 이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챗GPT 웹 이용자 중 약 20%는 같은 주에 제미니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서비스가 단일 플랫폼 중심에서 점차 다양한 도구를 병행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경쟁사들의 기술 출시가 있었다. 구글은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Nano Banana)’로 출시 첫 주에 2억 장의 이미지를 생성하며 제미니에 1000만 명의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켰다. 또한 영상 생성 모델 ‘베오3(Veo 3)’는 AI 영상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으로 평가됐다. 앤트로픽은 전문 사용자 시장을 겨냥해 ‘코워크(Cowork)’, ‘크롬용 클로드’, 엑셀·파워포인트 플러그인 등을 출시했으며 특히 개발자를 위한 ‘클로드 코드(Claude Code)’에 집중했다.
플랫폼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는 단순한 사용자 수가 아니라 ‘락인(lock-in)’ 구조다. AI 모델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더 많이 학습할수록 결과 품질이 좋아지고 이용 빈도도 높아지는 ‘컨텍스트 축적 효과(context compounding)’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미니의 사용자당 월 세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웹 기준으로 챗GPT가 약 1.3배 더 많고 모바일에서는 약 2.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단계의 경쟁은 앱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챗GPT와 클로드 모두 외부 서비스와 연결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챗GPT는 GPTs와 앱(Apps) 생태계를, 클로드는 MCP 통합과 커넥터 시스템을 통해 워크플로우 구축을 지원한다. 사용자가 AI에 캘린더, 이메일, CRM 등을 연결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지는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개발자 역시 사용자 기반이 큰 플랫폼에 집중하게 되는 플랫폼 ‘플라이휠’ 효과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두 플랫폼의 전략적 방향성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구독료를 낼 수 없는 수십억 명에게 AI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광고 모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Sign in with ChatGPT’ 기능을 통해 챗GPT를 인터넷 서비스의 기본 로그인 계층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챗GPT를 쇼핑, 예약, 검색, 건강 관리 등 일상 생활 전반의 출발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앱 생태계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 2월 말 기준 챗GPT 앱 디렉터리에는 13개 카테고리에서 약 220개 앱이 등록돼 있다. 클로드는 약 160개의 공식 커넥터와 50개 이상의 커뮤니티 MCP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플랫폼이 공통으로 지원하는 앱은 41개뿐이며 전체 카탈로그 기준 약 11% 수준이다.
공통 앱은 대부분 슬랙, 노션, 피그마, 지메일, 구글 캘린더, 허브스팟, 스트라이프 등 범용 업무 도구다. 그 외 영역에서는 두 플랫폼의 전략이 크게 갈린다. 챗GPT는 여행, 쇼핑, 음식, 건강,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 서비스 영역에서 85개 이상의 앱을 확보했다. 익스피디아 항공 예약, 인스타카트 식료품 주문, 질로 부동산 검색, 마이피트니스팔 건강 관리 등 실제 소비 거래가 발생하는 서비스가 중심이다. 이는 AI 기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소비자 슈퍼앱’ 전략을 추진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반면 클로드는 전문 직무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피치북, 팩트셋, 무디스, MSCI 등 금융 데이터 플랫폼과 센트리, 슈퍼베이스,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브릭스 같은 개발 인프라 도구가 주요 통합 서비스다. 또한 PubMed, ClinicalTrials, Benchling 등 과학·의료 데이터 플랫폼도 포함돼 있으며 오픈소스 MCP 커뮤니티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개발자와 지식 노동자 같은 ‘AI 파워 유저’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고성능 모델 사용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오픈AI는 같은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을 보유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AI 서비스가 단순한 채팅 도구를 넘어 ‘운영 환경’으로 발전할 경우 시장 경쟁 구조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검색 시장처럼 단일 기업이 90% 점유율을 차지하는 형태가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처럼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진 두 개 이상의 플랫폼이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