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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포스트 칼럼] 알고리즘이 소환한 뉴진스, 그리고 Web3의 '벌거벗은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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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가 거대 시스템의 허상을 깨고 본질을 택했듯, Web3 업계도 알고리즘과 가짜 숫자에 의존하는 '플랫폼 기생'을 멈추고 팬과 직접 연결되는 독자적 커뮤니티를 구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연합뉴스]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연합뉴스]

며칠 전부터 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이하게 작동했다. 마치 잊지 말라는 계시처럼, 뉴진스(NewJeans)의 뮤직비디오를 화면 위로 끊임없이 띄워 올렸다. 화면 속 멤버들은 여전히 청량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필자는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이른바 ‘뉴진스 사가(Saga)’를 다시금 복기하게 되었다. 거대 기획사 하이브(HYBE)와의 진흙탕 싸움, 눈물의 기자회견, 그리고 전격적인 전속계약 해지 통보까지.

그 일련의 소동은 단순한 연예계 가십(Gossip)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 자본 시스템’과 ‘창작의 본질’이 정면으로 충돌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2025년의 끝자락, 필자가 그 장면들 속에서 소름 끼치는 기시감(既視感)을 느낀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블록체인 업계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지독한 피로감과 허무함이 그곳에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이 만든 산업이 정점에 달했을 때 얼마나 공허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기술과 철학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눈알(Eyeballs)을 지갑(Wallets)으로 전환하는 공학’만이 남았다.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는 대신, △순수함 대신 VC가 기획한 판토마임 △진정한 연대 대신 자극적인 이슈 몰이 △진정성 대신 도파민 넘치는 밈(Meme) △견고한 관계 대신 봇(Bot)이 만들어낸 허상의 도달률만 횡행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Web3의 민낯과 무엇이 다른가.

결과는 어떤가. 수많은 ‘팔로워’와 ‘홀더’라는 숫자가 남았지만, 뉴진스 사태가 증명했듯 플랫폼(소속사)과 신뢰가 깨지는 순간 그 숫자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들은 알 수 없고, 닿을 수 없으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뉴진스가 거대 시스템의 보호막을 걷어찬 순간,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이 벗겨진 듯했다. 대형 기획사나 거래소 상장 빔(Beam) 없이는 생존 불가능하다는, 그 낡은 패배주의적 믿음이 붕괴한 것이다.

뼈아픈 직언을 하자면, 그동안 Web3 프로젝트들은 외부 소셜 플랫폼에 기생해 커뮤니티를 흉내 내왔다. 하지만 트위터(X)나 텔레그램은 건강한 광장이 아니다. 봇과 클릭 농장(Click Farmers)이 무한 증식하며 여론을 조작하는 전쟁터일 뿐이다. 우리가 보는 화려한 지표들은 엔터계의 ‘음반 밀어내기’ 논란처럼 조작된 허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2026년을 목전에 둔 지금, 데이터는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개방형 인터넷은 빠르게 ‘신뢰가 메마른 사막’이 되어가고 있다. 진짜 인간의 상호작용은 식별하기 어려워졌고, 진성 유저에게 도달하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이 악순환 속에서 프로젝트가 팬들과 직접 소통할 채널조차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단언한다. 만약 당신이 Web3 기업으로서 외부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것을 멈추고, 독자적이고 검증 가능한 ‘수직적 커뮤니티(Vertical Community)’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2027년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할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눈앞의 시세 등락에 취해 발밑의 절벽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관심 경제’의 거품 붕괴와 ‘진짜 커뮤니티’로의 이동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뉴진스가 시스템을 넘어 팬들과 직접 눈을 맞추려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단순 팔로우를 직접적 ‘연결’로 △구경꾼을 ‘참여자’로 △휘발성 좋아요를 ‘기여’로 △플랫폼 종속 관계를 ‘직접적 가치 교환’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 따위가 아니다. Web3 산업의 존폐가 걸린 실존적(existential)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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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사계절

2025.12.20 22: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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