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통해 제도권 진입의 문을 연 해였다면, 다가오는 2025년은 암호화폐 시장이 단순한 ‘자산 보유’를 넘어 ‘생산적 자본(Productive Capital)’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 변동성에 베팅하는 차익 거래의 시대를 지나, 자산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형 자산(Yield Bearing Assets)’이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65%와 8%, 이 거대한 비대칭이 시사하는 것
금융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비대칭이 발견된다. 전 세계 전통 금융(TradFi) 시장에서 채권, 배당주, 리츠(REITs) 등 이자나 배당을 발생시키는 자산의 비중은 약 55%에서 65%에 달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자산의 생산성과 수익 창출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3조 5,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암호화폐 시장은 어떨까. 놀랍게도 이자를 창출하는 자산은 전체의 8~1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극명한 숫자의 차이는 역설적으로 크립토 시장의 성장 방향성을 가리킨다. 전통 금융 수준의 자본 효율성을 따라잡기 위해, 잠자고 있는 90%의 암호화폐가 수익형 인프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압력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존버'의 진화: 자산이 스스로 일하게 하라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은 이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장기 투자가 지갑 속에 코인을 묵혀두는 ‘단순 보유’였다면, 이제는 자산을 끊임없이 굴리는 형태로 진화했다.
데이터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더리움(ETH)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LST)은 2023년 초 600만 개 수준에서 2025년 11월 1,600만 개로 급증했다. 솔라나(SOL)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유동성 스테이킹 공급량이 두 배로 늘었다.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히 ETH나 SOL을 들고 있는 대신, 이를 스테이킹하여 이자를 받으면서도 유동화가 가능한 stETH나 JitoSOL 같은 자산을 선호한다. 심지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이자가 없던 비트코인조차 바빌론(Babylon) 같은 프로토콜을 통해 수익형 자산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기관이 움직이는 진짜 이유: "냉혹한 경제 논리"
최근 블랙록(BlackRock)을 위시한 거대 기관들이 국채 토큰화와 RWA(실물연계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을 단순히 ‘크립토 유행’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냉혹한 경제학(Cold, hard economics)"에 기반한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블록체인 위에서는 자산이 24시간 거래되고, 즉시 결제되며, 중개인 없이 프로그램(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운용된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다. 실제로 RWA 시장은 2025년 상반기에만 약 260% 성장하며 230억 달러 규모를 돌파했다. 기관들에게 온체인 금융은 투기판이 아니라,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인 셈이다.
수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디파이(DeFi) 특유의 ‘결합성’이다. 전통 금융에서는 채권 이자를 받으면 자본의 흐름이 거기서 끝나지만, 온체인 세상에서는 이자가 또 다른 자본의 시작점이 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는 달러를 스테이블코인(USDe)으로 바꾼 뒤, 이를 펜들(Pendle) 같은 프로토콜에서 원금과 이자로 분리(Tokenize)할 수 있다. 여기서 확보한 원금 토큰(PT)은 확정된 가치를 지니기에, 이를 모포(Morpho)와 같은 대출 시장에 담보로 맡기고 다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나의 자산이 현금이자, 채권이 되고, 다시 대출 담보가 되는 이 순환 구조는 자본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리스크 관리, 선택이 아닌 필수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수익이 복사되는 구조는 리스크 또한 복합적으로 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신용 평가 시스템과 투명한 리스크 관리 인프라가 선결 과제다.
이제 투자자들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떤 코인이 오를까?”를 넘어, “내 자산이 온체인 위에서 얼마나 생산적으로 일하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의 명확성이 더해지고 있는 지금, 크립토 시장은 투기판을 떠나 거대한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수익(Yield)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시장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