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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포스트 칼럼] 미국엔 패권 전략, 신흥 시장엔 '필수재'…한국 스테이블코인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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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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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신흥시장의 생존 수단이자 미국 국채 수요를 끌어올리는 새로운 금융 전략이 되고 있다. 한국도 규제 중심 접근을 넘어 통화 경쟁력 관점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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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직접적·즉각적·저렴한 자금 이동’이라는 금융의 가장 본질적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며 금융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기존 금융에서 며칠씩 걸리던 정산과 자본 이전은 몇 초면 끝나고 이 과정에서 비용·리스크까지 줄어든다. 소비자 결제부터 기관 간 거래, 국경 간 송금을 넘어 새로운 디지털 금융과 인공지능 시대의 신뢰 가능한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 신흥시장 ‘필수재’가 되다

7일 포브스는 스테이블코인이 선진국에서는 암호화폐 진입 통로이자 기관 결제 수단, 디지털 자산 이동 경로로 쓰이는 ‘편의재’라면 신흥시장에서는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절대적 ‘필수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파급력은 특히 신흥시장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계좌가 없는 14억 인구가 집중된 아프리카·남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결제·저축·상거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정치·경제·통화 환경이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달러 환전은 일상이다. 짐바브웨는 전체 거래의 85%가 달러로 이뤄질 만큼 달러 수요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전통 금융을 통한 달러 확보는 높은 비용과 접근성의 제약이 동반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자산 보존’ 수요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충족시킨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초인플레이션 국가에서는 수익보다 자본 보전이 훨씬 중요하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금본위제 시대 종이달러처럼 신흥시장 경제에 실질적 이익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암호화폐 거래의 4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 거래다. 신흥시장의 생명줄인 국경 간 송금 비용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28%에서 2%까지 떨어진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매년 최대 120억 달러의 송금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더 나아가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 경제와 디파이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며 ‘신용 공백’도 해소하고 있다. 은행 없이도 더 많은 실질 자본 확보와 전 세계 투자자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자본시장 채널이 열리는 셈이다. 케냐와 브라질 정부가 토큰화 국채를 통해 소액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고금리 외채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단위의 크라우드펀딩 모델과 경제 발판을 구축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달러 강화 매커니즘이 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수요가 미국 금융 시스템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대부분 달러에 기반하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60%)와 USD코인(USDC, 24%)이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월 거래액만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신흥국에서 자국 통화를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면 달러 영향력은 신흥시장과 디지털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

미국의 규제 프레임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니어스 법(GENIUS)’ 이후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페이팔·비자·마스터카드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거나 결제망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준비금 기반 디지털 화폐’를 검토 중이다. 리플·소시에테제네랄 스테이블코인을 보관하는 BNY, 예금 토큰 JPMD를 실험하는 JP모건, 자체 코인을 고려하는 월마트·아마존, 솔라나 기반 송금을 준비하는 웨스턴유니온까지, 전통 금융의 움직임은 뚜렷하다.

미국이 이를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이고 미국의 재정·통화정책 부담을 완화시킨다. 스테이블코인은 1:1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현금·현금성 자산·단기 국채를 준비금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USDT 준비금 증명 자료 / 테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는 약 13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며 한국·독일·호주를 제치고 ‘세계 17위 국채 보유국’에 해당하는 규모가 됐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정책 당국도 이 구조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현재 약 3000억 달러 규모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3년 안에 수조 달러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그 과정에서 단기 국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준의 분석이 이어진다.

미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달러가 세계의 핵심 준비통화 지위를 유지하도록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통화주권 경쟁...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모든 국가에 이롭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신흥시장에는 오히려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경제 위기의 시작점은 ‘자본 유출’인데 스테이블코인은 훨씬 조용하고 빠른 자본 이동을 만든다. 기존 자본 통제로는 대응이 어렵다.

신흥국 은행은 소매예금이 빠져나가면 대출 능력을 잃고 부분지급준비제도가 약화되고 경제 성장 기반이 흔들린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연구에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8년까지 신흥국 은행에서 최대 1조 달러의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실효성을 잃는다. 돈이 스테이블코인 형태의 역외 달러로 이동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흐름 속에서 각국의 ‘통화주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금융기관의 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식 허용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유럽의 통화주권과 금융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중앙은행의 우려를 반영했다. 일본 역시 2023년 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했고 현재 메가뱅크 주도의 엔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월 규제를 시행한 홍콩도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한국은행은 은행 밖에서 발행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자산으로의 전환을 지나치게 쉽게 만들어 자본 유출과 통화주권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외환 흐름 변동을 경계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한국 원화의 국제 활용도가 경제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여 원화의 위상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 기회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경쟁력 측면 역시 숙고해야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임에도 원화 결제 비중이 0.1%, 외환 상품 거래 비중이 1.9%에 머문다.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결제와 국경 간 거래, 디지털 상거래, 토큰화 자산 시장, AI 경제 활동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결제 기반이 되고 있다. 세계 금융 구조가 이 디지털 레이어를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며 폐쇄적으로 수렴하는 접근은 오히려 원화의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제약할 수 있다. 원화의 낮은 국제 활용도를 보완하고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어떤 형태로 참여하고 어떤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얼마 전 “예금 일부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것이 괜찮냐”는 질문을 받았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차이도 잘 모르는 업계 밖 사람이었지만 “금에서 화폐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던 것처럼 다음 축은 스테이블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접했다면서 실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넘어 이미 대중의 현실로 들어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험을 피하려는 규제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면서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세계가 새로운 결제 인프라와 디지털 금융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속도를 늦춘다면 기회를 잃는 결정이 된다. 더 빠르고 더 정교하며 더 개방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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