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경제사는 ‘신뢰(Trust)’를 ‘검증(Verification)’으로 대체해 온 과정이다. 금화(金貨)가 지폐로 바뀌었을 때 우리는 ‘금의 무게’ 대신 ‘정부의 약속’을 믿어야 했다. 이것이 지난 50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신용 화폐(Fiat Currency)’ 시스템이다. 하지만 AI의 폭발적 성장과 비트코인의 등장은 이 낡은 믿음의 체계에 근본적인 균열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가상자산 업계의 희망 섞인 전망이라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전환을 가장 먼저 예견하고 정의 내린 이들은 바로 지금의 AI 혁명을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이다. 우리는 지금 ‘신용 본위제’가 저물고 ‘물리 본위제(Physics Standard)’가 떠오르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은 최근 비트코인을 두고 "초과 에너지를 흡수해 저장하는 수단"이라 정의했다. 엔비디아가 전기를 투입해 ‘지능(AI)’을 연성해내듯, 비트코인은 전기를 투입해 ‘자본’을 만들어낸다는 통찰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역시 "비트코인은 에너지 통화(Energy Currency)"라며, 정부가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와 달리 "에너지는 위조할 수 없다(Impossible to fake energy)"는 점을 강조했다.
이 두 거인의 발언이 가리키는 지점은 명확하다. 미래의 경제는 인간의 변덕스러운 ‘신용’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지 않는 ‘물리학(에너지)’ 위에 세워진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경제는 본질적으로 에너지 게임이다. 챗GPT가 답변 하나를 생성할 때마다, 데이터센터의 GPU는 막대한 전기를 태운다. 즉, 미래의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인 ‘지능(Intelligence)’은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정확한 양의 와트(Watt)와 줄(Joule)을 투입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물리적 산출물이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생산물(AI 지능)은 물리 법칙에 따라 에너지를 소모하며 한계가 뚜렷한데, 그것을 구매하는 화폐(법정통화)는 중앙은행의 키보드 입력 하나로 무한대로 늘어난다. 유한한 에너지를 무한한 종이돈으로 측정하려 하니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한한 것(신용)’으로 ‘유한한 것(에너지)’의 가치를 매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젠슨 황과 머스크는 ‘에너지’를 주목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기 이전에 ‘디지털 에너지’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기를 소모해야 하고, 그 결과는 수학적으로 증명된다. 이는 AI와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AI가 전기를 먹고 지능을 생산한다면, 비트코인은 전기를 먹고 신뢰(자본)를 생산한다. 두 시스템 모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열역학 법칙의 통제를 받는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금융의 표준, ‘물리학’이다.
독자들은 이 냉혹한 패러다임 변화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약속’에 투자하지 말고 ‘실체’에 투자하라. 정부나 은행이 발행한 채권, 현금은 ‘갚겠다는 약속(신용)’에 불과하다. 위기가 오면 그들은 돈을 더 찍어내 약속을 희석시킨다. 반면 에너지, AI 인프라(컴퓨팅), 그리고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의 잉여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저장했다면 더 큰 가치를 창출했을 것이란 분석은 단순한 가정법이 아니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자산은 AI 시대의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견딜 수 없다.
둘째, 개인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라. AI는 범용적인 지적 노동의 가치를 ‘전기 요금’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뻔한 결과물은 킬로와트시(kWh) 당 몇 원짜리 상품이 된다. 이제 인간의 경쟁력은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그 위에 독창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머스크가 로켓을 쏘고 AI를 개발하듯, 개인은 AI를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자신의 노동 가치를 물리적으로 증폭시켜야 한다.
셋째, 부의 척도를 바꿔라. 월급이 올랐다고,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안심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의 부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화폐의 가치가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르며 희석된 결과일 뿐이다. 자산의 가치를 원화나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BTC)’이나 ‘전력량(kWh)’으로 환산해 보라. 그래야만 거품 낀 세상의 진짜 좌표가 보인다.
과거의 부자는 ‘신용이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부자는 젠슨 황과 머스크가 보여주듯 ‘에너지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사람’이다. 신용은 부도날 수 있어도, 물리학은 결코 부도나지 않는다. AI와 블록체인이 여는 새로운 세상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허상인 신용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실체인 에너지를 검증할 것인가. 이제 경제의 근본은 물리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