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충격 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시장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는 가운데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조기 종료 기대가 형성되면서 시장 심리는 일부 안정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사실상 끝난 상황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당초 예상했던 4~5주보다 빠르게 군사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주 안에 전쟁이 완전히 종료되지는 않겠지만 조만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원유 공급을 훼손할 경우 공격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장악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란과의 협상과 관련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롭게 선출된 이란 지도자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이란의 지도자 선출은 헌법에 따른 절차였다고 말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 확보를 막기 위해 지상군을 파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주요국들이 공급 확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전략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논의되는 방출 규모는 약 3억~4억 배럴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전체 비축량 약 12억 배럴 가운데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프랑스는 아직 공식적인 합의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는 전쟁 긴장 속에서 급등했다가 다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줄여 약 94.8달러 수준에서 마감했고 장 마감 이후에는 80달러대로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도 유가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에너지 공급 불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해협 봉쇄 여파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원유 감산에 들어갔다고 밝혔고 카타르는 드론 공격 여파로 LNG 생산 확대 프로젝트를 연기했다. 이란 미사일이 터키 방향으로 발사되면서 나토가 이를 요격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미국 S&P500 지수는 전쟁 장기화 우려가 완화되고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상승했다. 반면 유럽 Stoxx600 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하락했다. 독일 국채 금리는 큰 변동 없이 약보합을 나타냈다.
환율시장에서는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 달러지수는 하락했으며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해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다.
각국 경제 상황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유로존의 3월 Sentix 투자자 신뢰지수는 전월보다 크게 하락했다. 독일 산업 생산과 제조업 주문도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2차 효과를 고려할 때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3% 상승했으며 춘절 기간 식품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생산자물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였지만 하락폭은 이전보다 줄어들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고유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카이치 총리는 휘발유와 전기·가스 요금 조정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일본의 1월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상승해 인플레이션 완화와 임금 상승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AI 산업에 대한 수익 기대가 과도할 수 있으며 경쟁 심화로 기업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면서 경제 성장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 기업들이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재고를 미리 확보하는 ‘저스트 인 케이스’ 방식으로 생산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이 단기 충격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 채권시장,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과 국채 금리 급등, 재정 부담 확대 등 복합적인 경제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