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외환 당국이 최근 만나 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 공조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1,500원대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14일 외환 당국에 따르면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차관보는 12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뒤 이날 귀국했다. 문 차관보는 방미 기간 미국 재무부 고위 당국자들과 최근 외환시장 흐름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한국 측은 최근 반도체 업황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이른바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인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접촉은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원화 약세 압력에 맞서 한미 양측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20거래일 넘게 이어지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12일까지 19거래일 연속 1,500원 아래로 내려오지 못했다. 다만 외국인이 25거래일 만에 주식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주간 종가는 1,519.8원으로 1,520원 밑으로 내려왔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무는 것은 단순히 외환시장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기업의 원가 부담과 소비자 체감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해외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정부가 18일 한미전략투자특별법 시행에 맞춰 대미 투자 집행에 나설 예정인 상황에서 외환시장 불안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국내 기업이나 정책금융의 대외 자금 운용 비용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 관세 협상 관련 공동 설명자료에서 한국의 2천억달러 규모 대미 직접 투자와 관련해 한국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데 상호 이해를 이뤘다고 명시한 대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구두 개입과 중동 정세 완화 기대 등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진정될 수는 있어도, 1,500원대가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 전반의 신뢰와 자금 흐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외국인 투자 동향, 미국과의 정책 공조 강도,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환율 안정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