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라클이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AI를 위해 추진 중이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어려움에 봉착했다. 오라클의 주요 투자 파트너였던 블루아울 캐피털이 미시간주 설린 타운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발을 뺄 것으로 전망되면서,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1기가와트(GW)급 전력을 소비하는 인공지능 전용 데이터센터로,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훈련을 위해 핵심적인 기반 시설로 꼽힌다. 그동안 블루아울은 오라클이 추진해온 여러 데이터센터에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투입된 자금을 조달하고, 완공 이후 오라클에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자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협상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아울의 철회 배경에는 오라클의 과중한 부채 부담이 있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오라클의 총부채는 지난달 말 기준 1천50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4% 이상 증가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채무가 2028년에는 2천9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임대차 계약 의무도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대출 기관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면서 전체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라클은 공식적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라클 측은 개발을 담당하는 파트너 릴레이티드디지털이 단지 이번엔 블루아울이 아닌 다른 금융 파트너를 택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협상은 여전히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소식통에 따르면 오라클은 블랙스톤 등 여러 대체 투자자들과 접촉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협약은 맺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소식은 오라클의 주가에도 타격을 줬다. 17일 뉴욕 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장중 한때 6% 넘게 급락해 177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일부 낙폭을 회복하며 18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앞서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공사 지연설에 대해 인력과 자재 수급 문제를 부인했으나, 시장에서는 불투명한 자금 사정과 맞물려 사업 추진력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투자 차질은 오픈AI에게도 부담이다. 구글과 메타플랫폼 등과 경쟁 중인 오픈AI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위한 컴퓨팅 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핵심 인프라 공급이 불안정하다면,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 개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오라클이 대안을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마련하느냐에 따라, 업계 전반의 인공지능 경쟁 구도에 주목할 만한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