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가 2026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증시 데뷔 재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시간 21일,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세레브라스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과열된 AI 투자 열기 속에 나스닥 상장을 타진했던 계획은 전면 보류됐지만, 내부적인 사정과 규제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재상장 시도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레브라스는 AI 학습과 추론용 고성능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는 캘리포니아 새니베일 소재 스타트업으로, 업계에서는 엔비디아(NVDA)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Cerebras WSE-3' 칩은 접시 크기에 가까운 이례적 웨이퍼 스케일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5나노 공정 기반으로 제작된 이 칩은 1.4조 개의 트랜지스터와 90만 개 이상의 연산 코어를 탑재해, 단일 엔비디아 H100 GPU 대비 50배가 넘는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온보드에 장착된 44GB의 SRAM은 대역폭 병목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세레브라스는 앞서 2024년 9월 상장을 시도했으나, 이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주요 투자자였던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기업 G42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안보 심사를 받게 되면서, 자칫 기술 유출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G42는 그간 세레브라스의 고객이자 투자자였으나, 최근 미 정부의 심사를 통과하며 지분 보유자 명단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그간 IPO 발목을 잡던 규제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고, 세레브라스는 다시 상장을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세레브라스의 IPO 재도전 타이밍에 주목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2025년 한 해 동안 신규 상장 기업이 조달한 자금 규모는 특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하고도 총 461억 5,000만 달러(약 66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테슬라, 오픈AI와 함께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도 내년 IPO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세레브라스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추론 서비스 인프라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5월 업데이트된 해당 인프라는 초대형 AI 모델을 초당 최대 2,000개 토큰 규모로 처리할 수 있어, 엔비디아 GPU 기반 서비스보다도 성능 면에서 앞선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세레브라스는 AI 칩 공급의 실행력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프리미엄 IPO 후보군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무역정책과 AI 기술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상장 일정이 변수에 따라 재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I 기반 기술주에 대한 과열 경보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세레브라스가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