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를 발판으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면서, 2031년에는 이 사업의 영업이익을 1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이노텍은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연 미디어 테크데이에서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회사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기판에서 쌓아온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서버 같은 고수익 시장 비중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조지태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은 2030년까지 관련 매출이 3조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이 사업부 실적은 매출 1조7천200억원, 영업이익 1천289억원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19%에 달해 수익성 측면에서 이미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이노텍이 주력으로 삼는 제품은 알에프-에스아이피(RF-SiP·통신용 주파수 시스템 인 패키지), 에프시-시이에스피(FC-CSP·플립칩 칩 스케일 패키지), 에프시-비지에이(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등 3종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에프시-비지에이다. 이 제품은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고집적 기판으로,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인공지능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시장이 초기의 학습 중심 단계에서 실제 서비스에 쓰이는 추론 중심으로 넓어지면서 중앙처리장치와 인공지능 서버용 기판 수요도 함께 커지는 흐름이다. 회사는 현재 피시·중앙처리장치용 에프시-비지에이 사업을 넓히는 동시에 인공지능 서버 시장 진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학습용·추론용 에프시-비지에이는 2027년, 서버 네트워크용 에프시-비지에이는 2026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시장은 아직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영향력이 크고,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이노텍은 후발주자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커지는 시점을 기회로 삼아 2030년 전후로 시장 내 입지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회사는 주요 고객사로부터 기대 이상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호 패키지솔루션 마케팅담당은 중앙처리장치 시장 성장과 맞물려 고객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많아 생산능력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누가 적기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새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 방식은 무리한 선제 증설보다 고객 수요와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한 안정형 확장에 가깝다.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확산 중인 엘티에이(LTA·장기공급계약)를 적극 활용해 투자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LG이노텍은 이미 알에프-에스아이피 사업 초기부터 주요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어왔고, 이를 고부가 기판인 에프시-비지에이까지 넓히고 있다. 회사는 2028년까지 베트남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알에프-에스아이피와 에프시-시이에스피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에프시-비지에이도 구미와 베트남 등 국내외 거점을 대상으로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신규 투자는 고객사의 투자 약정과 장기공급계약을 전제로 추진하며, 현재 2개 고객사와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이 주요 고객사로 거론되고, 앞으로 테슬라가 고객군에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LG이노텍의 이번 전략은 스마트폰 부품 회사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인공지능 인프라 확산의 수혜를 받는 고수익 반도체 기판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고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계약이 실제 증설로 연결된다면,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실적과 시장 지위 모두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