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제조 현장에서 점점 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결정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QAD 레드존(QAD Redzone)의 제품 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 론 데이비스(Ron Davis)에 따르면, 제조업에 특화된 ERP 시스템에 AI를 도입할 때 '사람의 판단과 경험을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시키는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실증 자료로 확인됐다.
데이비스는 최근 개최된 'QAD 챔피언스 오브 매뉴팩처링 2025(QAD Champions of Manufacturing 2025)' 행사에서 실리콘앵글(SiliconANGLE)의 더큐브(theCUBE)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전략적 방향을 공개했다. 그는 “수백 건의 ERP 시스템 도입 결과를 분석한 결과, 현장 작업자들이 실시간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그 공로를 가시화할 때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고객사는 시스템 도입 후 90일 만에 생산성이 29%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경험했다고 데이비스는 강조했다.
AI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해당 공장의 안전 규정이나 교육 절차처럼 기업별로 고유한 문화와 프로세스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오작동의 가능성이 도사린다. 데이비스는 “예를 들어 ‘락아웃/태그아웃(Lockout/Tagout)’ 같은 안전 지침이 제대로 학습되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작업자가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제조업 전반에서 범용 AI 솔루션에 의존하는 접근법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또한 데이비스는 현재 제조업 인력의 약 1/3이 5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많은 경우 AI 도입을 불안하게 받아들이지만, 오히려 기술 변화 속에서 이들의 현장 노하우를 적극 반영할 경우 퇴직을 미루고 업무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고객사 중에는 “이제는 현장에서 내 의견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은퇴를 보류했다”는 작업자의 피드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궁극적으로 QAD는 AI를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닌, 현장 중심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파트너로 접근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우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의 강점과 한계를 명확히 정의하고, 어느 포인트에서 인간의 판단이 개입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 기술 구현을 넘어, AI 기반 ERP 전략이 반드시 조직 문화와 작업자 신뢰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인터뷰는 제조업 디지털 전환의 현주소를 짚고, AI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데 있어 사람 중심의 접근이 여전히 핵심임을 일깨운 자리였다. QAD의 사례는 AI 기술의 전면 도입에 앞서 산업 현장의 경험을 어떻게 시스템 속에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