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테크놀로지스는 기업용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실리콘’과 전력에 이어 ‘자본’이 핵심 제약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AI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단순히 반도체를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데이비드 케네디(David Kennedy)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델 테크놀로지스 월드 2026’ 행사에서 자사 ‘델 AI 팩토리’ 배포 건수가 생태계 전반에서 50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약 6개월 전 3300건 수준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적용 범위도 기업뿐 아니라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와 국가 단위 기관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는 특히 AI 인프라 시장에서 ‘AI 팩토리 모멘텀’이 분기점을 지났다고 평가했다. 델은 공급망 운영 능력, 장기간 축적한 은행권 네트워크, 자체 금융 서비스 조직을 결합해 고객의 AI 인프라 구축 자금 조달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네디는 “회사는 금융 서비스 부문을 갖추고 있고,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검토한 뒤 다양한 방식으로 대규모 구축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AI 수요 96조원 기록…4분기만 51조원
실제 수요 지표도 강하다. 케네디에 따르면 델은 지난 회계연도 동안 640억달러, 한화 약 96조3072억원 규모의 AI 수요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4분기에만 340억달러, 약 51조1632억원이 몰렸다. 연간 수요의 절반 이상이 마지막 분기에 집중된 셈으로,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흐름은 델의 실적과 현금 창출력에서도 확인된다. 델은 2026회계연도에 110억달러 이상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했고, 75억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배당은 20% 인상됐으며, 두 자릿수 배당 성장도 4년 연속 이어졌다. 지난 5년간 주당순이익(EPS)을 두 배로 키운 데 이어, 2030회계연도까지 다시 한 번 두 배 성장을 추진한다는 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케네디는 이 같은 재무 구조의 강점으로 ‘분리된 규모의 경제’를 꼽았다.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운영비를 통제해 수익성과 현금 창출을 함께 높이는 구조가 AI 인프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출 성장과 비용 통제가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유연성이 커지고, 성장이 현금 창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PC 교체 수요까지 대기…AI 투자 미루면 뒤처질 수 있어
델은 앞으로의 추가 성장 동력도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노후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수억대 규모의 PC와 윈도우 10 종료 이슈는 대규모 교체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스토리지 부문 회복까지 본격화되면, AI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실적 레버리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케네디는 기업들의 대응 속도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AI 시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르면 몇 년 안에 사업을 접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민첩성과 의사결정, 그리고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정보 측면에서 이제 기업들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AI 인프라 시장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자금 조달 능력과 운영 효율성까지 포함한 ‘종합 체력전’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팩토리 모멘텀’이 빨라지는 구간에서는 장비 공급 능력뿐 아니라 금융 지원 역량을 갖춘 기업이 더 큰 수혜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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