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이 이탈리아 최대 은행 인테사 산파올로(Intesa Sanpaolo)에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가운데, 이 은행이 같은 시기 약 2600만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더 사들인 사실이 포착됐다. 유럽 대형 은행들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흐름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가상자산 매체 크립토발루타닷잇(Criptovaluta.it)에 따르면, 인테사 산파올로의 1분기 공시에는 그레이스케일 XRP 트러스트 ETF를 통해 약 2600만달러어치의 가상자산을 매입한 정황이 담겼다. 이는 리플의 커스터디 서비스 발표와 맞물리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인테사는 지난해 말 약 1억달러 수준이던 가상자산 보유액을 3월 31일 기준 약 2억3500만달러로 늘렸다. 특히 이번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대형 자산’ 비중을 키운 점이 눈에 띈다. 비트코인은 ARK 21셰어스 BTC ETF와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를 통해, 이더리움은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스테이킹 이더리움 트러스트를 통해 처음 편입했다. 여기에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콜옵션까지 매수하며 파생상품 진입도 시작했다.
반면 솔라나(SOL) 비중은 사실상 줄였다. 비트와이즈 솔라나 스테이킹 ETF 보유 주식은 26만6320주에서 2815주로 급감해, 고위험 자산보다 상대적으로 검증된 코인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 읽힌다. 비트코인은 현재 7만841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식 투자도 병행했다. 인테사는 비트고(BitGo) 주식 16만5600주를 추가했고, 코인베이스(COIN) 보유 지분도 1500주에서 1만357주로 확대했다. 반면 스트레티지(Strategy) 풋옵션은 정리했고, 토큰화 기업 세큐리타이즈와 연관된 칸토 에쿼티 파트너스 II 비중은 줄였다. 비트마인(Bitmine) 지분은 전량 매도했다.
인테사는 보유한 가상자산을 자체 트레이딩 용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프로 고객 대상 상품 담보로도 활용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주가는 14일 5.74유로로 마감해 하루 1.50%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는 3.14% 내렸다.
이번 행보는 유럽 은행권 전반의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스페인의 BBVA는 모바일 앱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를 24시간 제공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의 BPCE는 규제 자회사 헥사르크(Hexarq)를 통해 앱 내 가상자산 거래를 출시했다. 벨기에의 KBC 역시 리테일 가상자산 서비스를 가동했다.
여기에 BNP파리바, ING, 유니크레딧, 도이체방크 등 12개 주요 유럽 은행은 ‘키발리스(Qivalis)’ 컨소시엄을 꾸려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다. 미카(MiCA) 규제에 맞춘 스테이블코인을 2026년 하반기 내놓는 것이 목표다.
유럽 대형 은행들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같은 ‘블루칩’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으로 보폭을 넓히면서, 전통 금융과 크립토의 경계는 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