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3%대에 진입했고, 은행들은 기업의 단기 여유자금을 붙잡기 위해 예금 유치 경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14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1년 만기)는 연 2.90~3.00%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최고금리 상단이 0.05%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이 연 3.00%로 가장 높았고,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2.95%,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각각 2.90%였다. 여기서 최고금리는 기본금리에 우대조건을 더한 수치여서 실제 가입자가 체감하는 금리에 가깝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올해 4월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는 연 3.04%로, 2025년 1월 3.06% 이후 1년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일부 은행은 이미 3% 중반대 금리를 내걸었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은 최고 연 3.65%,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은 3.70%, 광주은행의 굿스타트예금은 3.67%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시장 금리가 먼저 오른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달 13일 3.221%에서 이달 12일 3.585%로 0.364%포인트 올랐고, 은행채 5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4.137%에서 4.269%로 0.13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이 예금과 대출 금리를 정할 때 참고하는 시장 조달금리가 올라가자 수신금리와 여신금리가 함께 오르는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이 변화는 대출시장에도 바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46~7.49%로, 상단은 7.5%에 근접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1등급·1년 만기 기준 연 4.39~6.05%로 6%를 넘어섰다. 예금금리 상승이 소비자에게는 이자 수익 확대라는 의미가 있지만, 대출 차주에게는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같은 금리 상승이라도 체감은 다를 수 있다.
은행들이 특히 예금 확보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기업자금 흐름 변화가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11일 기준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인 MMDA(Money Market Deposit Account·기업이 단기 여유자금을 넣어두는 고금리 수시입출금 계좌) 잔액은 147조6천966억원으로 집계됐다. MMDA 잔액은 지난달 사상 처음 150조원을 넘겼지만, 이달 들어서는 9조9천704억원 급감했다. 아직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도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반면 정기예금 잔액은 늘었다. 5대 은행의 같은 날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48조8천374억원으로 5월 말보다 4조1천213억원 증가했다. 전월 7조5천327억원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업들의 현금 여력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 자금을 수시입출금 계좌보다 만기형 상품으로 돌리도록 유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은행권은 증시 호황에 따른 머니무브, 즉 자금 이동 가능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수시입출금성 자금 비중이 높아지면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 밖으로 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MMDA 자금의 약 40%가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업 대상 1년 미만 단기 정기예금 금리를 경쟁력 있게 조정해 자금을 붙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이달 들어 개인 정기예금 잔액은 줄었지만 기업 자금 유치 덕분에 전체 잔액은 증가했다고 전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MMDA 역시 상대적으로 이자를 더 줘야 하는 상품이어서, 일정 기간 자금을 묶어둘 수 있는 정기예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자금 운용과 비용 관리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이어지고 기업 유동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예금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부담 확대와 함께 진행되는 만큼, 금융시장 전반에서는 자금 유치 경쟁과 차주 부담 증가가 동시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