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반도체와 휴대전화 생산에 대규모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자국을 세계 전자제품 생산 거점으로 키우려는 산업 육성 전략이 한층 강화됐다.
16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1조2천800억루피, 우리 돈 약 19조7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인 세미콘 2.0을 승인했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이번 자금이 지적재산권 확보와 칩 디자인 개발, 반도체 공장 추가 설립,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생산 보조를 넘어 기술 축적과 설계 역량까지 키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조치는 인도가 약 5년 전 100억달러, 약 14조9천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계획을 내놓은 뒤 후속 단계로 추진된 것이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이 정책에 따라 전자제품 제조공장 12곳과 반도체 디자인 프로젝트 24건을 승인했다. 바이슈나우 장관은 이미 105곳의 스타트업이 칩 개발에 나선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이제는 초기 육성 단계를 넘어 디자인 생태계를 더 깊고 넓게 만드는 쪽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 능력은 생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접근이다.
인도 정부는 휴대전화 생산 확대를 위한 별도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5년 단위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6천250억루피, 약 9조6천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인도에서 생산한 휴대전화의 매출에 대해 2.25∼5%의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고, 제조 과정에서 핵심 부품을 자국 내에서 조달하면 최대 1.5%의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다. 완제품 조립에 그치지 않고 부품 공급망까지 국내로 끌어들여 산업 기반을 넓히려는 설계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정책 배경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한 나라에만 집중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자·반도체 기업을 유치할 기회를 노려왔고, 이번 추가 지원은 그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성격이 짙다. 인도 정부는 휴대전화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약 6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도가 조립 중심 생산기지에서 설계와 연구개발까지 갖춘 전자산업 국가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