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해외 투자자들이 지난 3월 미국 국채 보유를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가 이번에는 각국의 환율 방어와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먼저 활용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1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3월 미 국채 보유액은 6천523억달러로 전월보다 약 6% 감소해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도 같은 달 보유액을 470억달러 줄여 1조1천9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해외 전체의 미 국채 보유액은 2월 9조4천871억달러에서 3월 9조3천480억달러로 1천391억달러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이후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엔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 자산인 미 국채를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월별 변동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미 2013년 약 1조3천억달러를 정점으로 미 국채 직접 보유를 꾸준히 줄여왔다. 다만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같은 제3국을 통한 위탁 보유, 이른바 그림자 보유까지 포함하면 실제 보유 규모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HSBC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레데릭 노이먼은 전쟁 이후 금융 변동성이 커지고,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환율 압박이 심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중앙은행들의 미 국채 보유 축소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국채를 파는 움직임이 늘어나자 미국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채권이 대거 시장에 나오면 가격이 떨어지고 그만큼 금리는 상승한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한때 5.19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장 마감 때는 전장보다 5.5베이시스포인트 오른 5.178%를 나타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장중 4.687%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이후 다소 오름폭을 줄였지만 전장보다 8.7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한 4.667%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이번 현상을 단순한 채권 수급 문제를 넘어,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 환율 불안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 아시아 통화 방어 강도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