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미국 기술주 강세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힘입어 역대 최고가를 돌파했다. 증권가는 향후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9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2.00% 오른 9만6천900원에 거래되며 2021년 1월 11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 9만6천800원을 경신했다. 장중에는 9만7천100원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는 2021년 이후 장기간 이어진 주가 부진을 벗어나 얻은 성과로, 지난해 11월 기록한 52주 최저가 4만9천900원 대비 약 95% 상승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년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 기술주 부진 등의 여파로 5만∼7만원대 박스권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반도체 업황의 회복 조짐, AI 기술 확산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를 웃도는 결과였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증가했다. 이는 증권가 평균 전망치(10조3천억원)를 17.4% 상회한 수치로, 2024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조원을 넘었다. 실적 개선에는 메모리 가격 회복과 출하량 증가, 스마트폰 부문 선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는 올해 대비 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를 본격 공급하면서 엔비디아와 같은 AI 반도체 수요 기업으로부터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영업이익 또한 2025년에 64조2천억원으로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3분기 실적이 당사 예상보다 강했다"며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고객 확대가 추가 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현대차증권 등도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확대가 중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혜의 정중앙에 서게 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상황,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미국의 통상 정책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실적과 시장 반응의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