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전문 플랫폼 유아이패스(UiPath)가 자사의 연례 행사 ‘유아이패스 퓨전 2025(UiPath Fusion 2025)’에서 인공지능(AI)을 실제 업무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조율)’을 제시했다. 대니얼 다인스(Daniel Dines)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기조연설을 통해 단순한 챗봇이나 단일 업무자동화를 넘어, AI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의 융합이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수익(ROI)을 만들어낼 수 있는 키워드임을 강조했다.
다인스 CEO는 “강력한 자동화 기반 없이는 AI를 업무에 제대로 통합하기 어렵다”며 “단순 파일럿 프로젝트로 만족하지 말고, 조직의 핵심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 재설계를 추진해야 진정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아이패스는 이에 맞춰 마에스트로(Maestro) 오케스트레이션 제품과 이를 보완하는 프로세스 앱, 전사적 감사 시스템 ‘유니파이드 오딧 2.0(Unified Audit 2.0)’ 등을 동시 공개하며 기업들이 대규모 AI 도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세부 기술을 제시했다.
그레이엄 셸든(Graham Sheldon), 유아이패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마에스트로는 AI와 사람이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통합 제어 플랫폼”이라며 “단순 규칙 기반 업무는 로봇이 처리, 예측 불가능하거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작업은 에이전트와 사람이 결합해 처리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들이 AI를 천편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업무 특성에 맞게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제공함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전략은 유아이패스의 AI 파트너 생태계 강화와도 직결된다. 대표적으로 유아이패스는 LLamaIndex와 협력하여 AI가 실시간으로 기업 내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레임워크를 통합했다. LLamaIndex의 제리 리우(Jerry Liu) CEO는 “AI 모델이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려면 정확한 맥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의 데이터 환경 전반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AI 확산에 따른 감시 체계도 강화된다. 유아이패스는 ‘유니파이드 오딧 2.0’을 통해 임직원의 프롬프트 입력이나 AI 에이전트의 자동화 작업 로그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류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개인정보 침해나 AI 오작동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받는다. 제품 관리 책임자인 타키 자프리(Taqi Jaffri)는 “오케스트레이션은 단순히 기능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에게 혼란 없이 전체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파악하고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I의 확산이 일자리 지형을 바꾸면서 일선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과 조직 문화 혁신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는 “기술로 생산성 향상을 말하기에 앞서, 어떻게 기술이 직무를 강화하고 직원과 조직에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포레스터리서치의 크레이그 르클레어(Craig Le Clair) 부사장은 “AI와 자동화를 무비판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오히려 직원의 반감을 사고,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디지털 친화력과 장비 운용 역량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무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인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유아이패스 퓨전 2025가 제시한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AI 도입을 일회성 기술 적용이 아니라, 조직 전반을 재정의하고 통제하며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아이패스의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은 자동화, 데이터 통합, AI 결정권 부여, 거버넌스 확보 등 복합 과제를 한데 엮은 구조적 접근법으로, 향후 기업들이 AI를 통해 수익화하려는 전략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