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면서 주식시장 주변을 맴도는 대기 자금도 다시 1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9조9천574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계좌에 넣어둔 자금으로, 통상 시장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함께 늘어나는 성격이 있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처음 6,700선을 넘어선 뒤 고점을 계속 높이는 과정에서 이 자금은 최근 6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주춤했던 지난 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더 노리는 자금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이른바 빚투 지표로 불리는 신용융자 잔고는 36조682억원으로 사상 처음 36조원을 넘어섰고, 14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지난달 하루 평균 신용융자 규모도 33조8천억원 수준으로 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일부 증권사들이 대출 한도를 조절하거나 신용 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있지만, 상승 기대가 강한 만큼 자금 유입세는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상장지수펀드, 즉 ETF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ETF 순자산은 431조3천841억원으로 4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15일 처음 400조원을 돌파한 뒤 불과 2주 만에 30조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만 10조원이 증가했고, 4월 들어서는 약 20% 확대됐다. 이는 같은 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5천485조원의 약 7.8%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별 종목을 직접 고르기보다 특정 업종이나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진 데다, 상승장에서 매매가 간편한 ETF로 자금이 몰리는 흐름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금의 방향은 뚜렷했다. 최근 1주일 동안 가장 많은 돈이 들어온 ETF는 HANARO Fn K-반도체로 4천735억원을 끌어모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채권을 섞은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50도 3천454억원이 유입됐고, KODEX 레버리지와 RISE머니마켓액티브에도 각각 3천109억원, 2천944억원이 들어왔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강하다는 뜻이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최근 1주일간 원유 ETF가 평균 16.48%로 가장 높았고, 차이나과창판 ETF가 10.79%로 뒤를 이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대체 에너지 기대를 반영해 수소와 태양광 관련 ETF도 각각 7.99%, 7.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도네시아 관련 ETF는 -8.98%로 가장 부진했고, 우주항공 관련 ETF도 -8.01%를 나타냈다.
이처럼 예탁금과 신용융자, ETF 자금이 동시에 늘어나는 현상은 시장의 낙관론이 상당히 강해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대기 자금과 레버리지 자금이 빠르게 불어날수록 시장 변동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앞으로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 반도체와 원자재, 테마형 ETF로 자금 쏠림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정학적 변수나 금리 환경 변화가 나타날 경우 유입 속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