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 EVTL)가 대규모 자금 조달과 공급망 확장, 시험 비행 진전까지 동시에 추진하며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일련의 행보가 ‘상용 서비스 진입’의 가시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EVTL)는 최대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240억 원) 규모의 종합 자금 조달 패키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단기 운영자금으로 약 1억 6,000만 달러를 확보하는 동시에 2027년 이후까지 활용 가능한 다양한 금융 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패키지는 5,000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구조 조정, 최대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우선주, 5억 달러 규모의 지분 한도 계약을 포함한다. 회사 측은 이번 자금이 인증과 초기 생산 단계 진입을 위한 ‘핵심 재원’ 역할을 할 것으로 설명했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진전이 이어지고 있다. 버티컬은 이탈리아 소재 이소클리마를 차세대 기체 ‘발로(Valo)’의 투명 구조물 공급사로 선정하며 조종석과 객실 캐노피 전반을 맡겼다. 이는 허니웰(Honeywell), 아치투리(Aciturri), 시엔스코(Syensqo) 등과 함께 구축된 공급망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조치로, 인증 이후 양산 단계까지 이어지는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연간 보고서에서도 성장 궤적이 확인된다. 버티컬은 2025 회계연도 동안 조종사 탑승 비행과 전이 구간 테스트를 영국 민간항공국(CAA) 감독 아래 완료했으며, 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1억 7,5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다만 향후 12개월간 약 1억 9,500만 달러 수준의 순현금 유출이 예상되는 만큼 자본 효율성과 추가 투자 유치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배터리 기술 내재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버티컬 에너지 센터 내 자동화 생산 라인은 인증용 항공기 7대와 초기 상업 생산 물량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2027년까지 850만 달러(약 122억 4,000만 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 능력을 세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배터리는 시험 비행에서 최대 1.4메가와트의 출력 성능을 기록했으며, 회사는 항공기 1대당 약 20개 배터리팩이 반복적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최대 4만 5,000개 규모의 수요를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장 역시 병행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개발센터 및 AHQ 그룹과 체결한 양해각서를 통해 현지 AAM(첨단 항공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인도의 제트셋고(JetSetGo)와는 발로 50대 도입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에 합의했다. 회사는 사우디 시장만으로도 1,000대 이상의 기체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 추진 시스템에서는 이볼리토(Evolito)를 장기 파트너로 선정했다. 양사는 영국 CAA 및 유럽항공안전청(EASA)과 공동 인증을 추진하며 2028년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전기 버전 발로는 2026년 중반 비행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상업화 준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버티컬은 마이애미에서 차세대 기체 발로를 공개하며 최대 160km 비행 거리와 시속 240km 수준의 순항 성능을 제시했다. 회사는 마이애미, 포트로더데일, 팜비치를 잇는 도심 항공택시 노선을 검토 중이다.
월가에서는 버티컬의 행보가 ‘재무 안정성 확보’와 ‘기술 검증’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으로 해석하며, 향후 인증 일정 준수 여부가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멘트 한 항공우주 전문 애널리스트는 “자금과 공급망, 시험 데이터까지 3박자가 맞춰지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규제와 안전 검증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