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화산의 열로 전기를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 엔듀런스에너지(Endurance Energy)가 5400만달러, 원화 약 820억3680만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바다 밑 지열 발전이라는 ‘비주류’ 영역이 새로운 에너지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엔듀런스에너지는 2024년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 앤드루 레드가 미국 시애틀에서 설립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육상 지열 발전소처럼 수천 피트 아래로 시추하는 대신, 해저 판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마그마가 바닷물을 가열하는 구간을 공략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이 지점의 수온은 화씨 728도까지 올라가며, 이를 전력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지열 발전은 고온 암반을 찾아 깊이 뚫어야 하고, 발전 적지가 전력 수요처와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한계가 있다. 엔듀런스에너지는 이런 약점을 바다에서 풀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해안과 가까운 바다 밑 자원을 활용해 전력을 육지로 보내면, 대도시 인근 전력 공급망에도 연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앤드루 레드는 스페이스X에서 드래건과 스타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력을 앞세워 개발 속도를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그는 링크드인 게시글에서 “스페이스X에서 이어진 배경이 신규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전례 없는 개발 속도를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속도’ 자체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셈이다.
엔듀런스에너지는 지난 1년 동안 약 1000피트 깊이의 심해 화산 지대에 시험 장비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네 차례 프로토타입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상용 수준 시스템인 100킬로와트급 발전기 ‘아델리’는 올해 말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앞바다의 후안데푸카 해령에 설치될 예정이다. 회사는 이 장비가 해저 시추, 열 기반 발전, 육상 송전까지 아우르는 첫 완성형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엔듀런스에너지는 장기적으로 기가와트급 전력 생산을 노리고 있으며, 2년 안에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참고로 미국 최대 발전소인 그랜드 쿨리 댐의 발전 용량은 6.8기가와트다. 레드는 향후 5~10년 안에 태평양 ‘불의 고리’ 일대에서 약 6테라와트 규모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불의 고리 주변의 주요 해안 도시 대부분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기본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지열 발전 전반에 대한 관심 확대와도 맞물린다. 데이터센터, 전기차, 중공업 등에서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다. 실제로 퍼보에너지(Fervo Energy)는 지난해 12월 4억6200만달러를 조달했고, 구글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세이지지오시스템즈(Sage Geosystems)도 올해 1월 9700만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다만 미국 전체 발전량에서 지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0.4%에 그친다.
이번 시리즈A 투자는 파운더스펀드가 주도했다. 펠리시스, 보이저벤처스, 라이엇벤처스, 컨스트럭트캐피털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고, 기존 투자사인 포인트72벤처스, 퍼스트라운드캐피털, 어센드도 후속 투자에 나섰다.
심해 화산 지열 발전은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이지만, 전력 수요 급증과 탄소 감축 압박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실제 전력망 연결과 경제성 입증까지 넘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지만, 엔듀런스에너지의 행보는 차세대 지열 산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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